• 국문초록
紫霞 申緯(1769~1847)가 활동했던 시기는 韓・中 문인들의 交遊가 매우 활발하던 시기였으며, 자하 스스로도 1812년 하반기에 進奏兼奏請使의 書狀官으로 직접 燕行에 참여하였다. 연행을 통해서 翁方綱을 비롯한 淸나라의 여러 문인들과 직접 교유하였고, 귀국 이후에도 使行을 떠나는 벗들을 통해 詩文書畫을 주고받을 수 있었다. 또 자하가 남긴 시와 서화를 보고 서신으로 교유를 청하는 청나라의 문인들이 하나둘 생겨나 한동안 이들과의 교유가 지속되면서 詩名이 중국에까지 퍼졌다.
우리에게 秋史 연구자로 잘 알려진 후지츠카 치카시(藤塚鄰, 1879~ 1948)는 《淸朝文化東傳の硏究》에서 “《警修堂全藁》와 《警修堂焚餘錄》은 조선 시단이 낳은 훌륭한 저작일 뿐만 아니라 실로 조선과 청나라의 문화 교류를 말해 주는 寶庫”라 평하였다.
자하의 《警修堂全藁》에는 청나라 문인들에게 보낸 시와 벗들에게 지어 준 燕行別章이 적지 않게 수록되었으나, 談草나 산문으로 쓴 燕行錄이 전하지 않는 상태이고, 자하와 옹방강과의 교유 역시 추사의 그늘에 가려서 상대적으로 관심을 적게 받았었다. 다행히 최근에 문헌학과 연행 연구에 조예가 깊은 중진과 신진 연구자들의 알찬 성과가 발표되어 이 방면에 적지 않은 기여를 한 것으로 판단된다.
필자는 이러한 성과들의 바탕 위에 먼저 李尙迪의 요청으로 자하의 아들인 申命準이 그려 준 「黃葉懷人圖」에 쓴 「題蕅船黃葉懷人圖」에 주목하였다. 이 작품은 자하가 晩年에 그때까지 사귀었던 중요한 청나라 문인들과의 인연을 담은 長篇古詩로, 단락을 나누어 번역하고 관련 자료를 引證하여 交遊考의 序說로 삼았다.
그리고 翁方綱・翁樹崑 父子와의 翰墨緣을 집중적으로 고찰하였다. 우선 寶蘇人의 念願이라 할 수 있는 《施注蘇詩》와 「天際烏雲帖」을 拜觀한 사실을 살펴보고, 이와 관련하여 지은 시들의 의미에 대해서 살펴보았다. 이어서 石墨書樓에서 의기투합한 王汝翰이 그려 준 자하의 小照와 여기에 쓴 옹방강의 題詩, 자하의 和韻, 翁樹崑과 金正喜의 題詩를 살펴보고, 아울러 귀국 이후 옹수곤이 보내온 그의 小照에 쓴 자하의 題詩를 읽어 보았다. 또 紫霞가 그린 墨竹과 옹방강이 써서 보내 준 ‘警修堂’과 ‘淸風五百間’ 扁額과 관련한 시들을 검토해 보았다. 또 자하가 옹수곤에게 선물 받은 元代 楊維楨의 山水畫의 존재에 대해서 관련 자료를 찾아 변증하였다. 마지막으로 百濟의 옛 터에서 출토된 기와로 만든 벼루인 鴛鴦舃이 자하에게서 柳最寬으로, 유최관에게서 옹수곤으로 넘어가는 과정을 추적하고, 옹수곤이 만든 원앙석의 拓本을 입수한 韓培永의 요청으로 다시 紫霞가 이를 기념하는 시를 짓는 과정을 기술하였다.
이처럼 자하와 청나라 문인들의 교유는 翰墨을 매개로 結緣하는 공간이기도 하고, 한묵의 競演場이기도 했다. 연행과 청나라 문인들과의 교유는 18세기 후반 北學이 탄생한 공간에서 文藝를 매개로 교류하는 곳으로 성격이 점차 바뀌어 갔다.
주제어 : 신위(申緯), 이상적(李尙迪), 옹방강(翁方綱), 옹수곤(翁樹崑), 연행(燕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