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문초록
일반적으로 손병희의 ‘문명’ 개념은 ‘서구 문명’을 의미하며, 이는 ‘civilization’의 번역어로서 이해해 왔다. 하지만 동양에서 ‘문명’이라는 용어는 전통적 문명관을 보여주는 용어의 하나로서 일찍부터 널리 사용되어 왔고, 손병희의 스승인 최시형의 법설에서도 ‘문명’은 중요한 개념으로 등장하고 있다. 물론 그것은 ‘civilization’의 번역어로서의 ‘문명’이 아니며 손병희 역시 마찬가지다.
손병희의 스승 최시형은 최제우의 天觀과 聖人觀, 전통 사상 및 학문에 대한 입장을 충실히 계승하여, 天道를 밝힌 성인에 의해 개창되는 인류의 이상적 구현태가 ‘문명’이며 이를 동학이 돌이킬 것으로 자부하고 있었다. 동양의 전통적 ‘문명’ 개념을 재해석하여 ‘專有’한 동학적 문명관이라 할 수 있다.
손병희 또한 이러한 동학의 문명관에 기초하여, 경제적이고 물질적인 풍요와 인간의 도덕적 발전이 결합된 고도로 발전된 이상적인 국가・사회를 문명으로 규정했다. 동시에 동서양의 문물제도가 동일하지는 않더라도 天道의 본성을 지킨 것이라면, 그 차이는 時宜에 따라 절충・변용한 결과로서 모두 ‘문명’으로 인정했다. 나아가 운수의 순환에 따른 현재의 동서양 문명의 격차를 인정하고, 서양 문명의 장점을 적극적으로 수용할 것을 주장했다. 이는 손병희 단계에서 동학의 문명관이 ‘時宜’에 따라 새롭게 혁신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따라서 그가 지향한 문명은 동서양 문명이 씨줄과 날줄처럼 얽혀있는 다원주의적 성격의 ‘혼성・보편’ 문명이었다고 할 수 있다.
주제어 : 崔時亨, 孫秉熙, 文明開化論, 文明, 東學, 天道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