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문초록
이 글은 소설에 나타난 음식의 가격을 검토하는 것을 통해 식민지시대 물가에 접근하려 했다. 소설에 나타난 돈의 크기를 가늠하지 못하는 것은 텍스트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할 뿐 아니라 소설에 나타난 삶이나 일상을 재구하는 데도 걸림돌로 작용한다. 현진건의 「운수 좋은 날」, 이기영의 《인간수업》에는 당시 선술집에서 술 한 잔과 안주 하나를 먹거나 술국에 밥을 말아 먹는 데 5전이었음을 말하고 있다. 1920년대 중반 발표된 김낭운의 「냉면」에는 냉면을 사오라며 25전을 주는 장면이 나오며, 도쿄대진재 직후를 다룬 「진재전후」에는 라이스카레가 우동이나 소바보다 비쌌으며 오야코동과 비슷하다고 되어 있다. 채만식의 《인형의 집을 나와서》, 이북명의 「민보 씨의 생활표」는 1930년대 전반기 쌀 한 말에 2원에서 2원 50전이었음을 말해준다. 1930년 전후 쌀값이 폭락한 데는 일본이 식민지 조선에 강제한 ‘산미증식계획’이 작용하고 있었다. 박태원의 「소설가 구보 씨의 일일」은 낙랑파라에서 커피를 마시고 10전을 내는데, 커피 값은 전시 체제를 제외하고는 변동이 없었다. 1930년대 후반 연재된 김말봉의 《찔레꽃》에는 조선호텔 식당에서 코스 요리를 먹는 모습이 등장하는데, 코스 요리의 가격은 아침, 점심, 저녁 각각 1원 50전, 2원, 3원 50전이었다. 김웅초의 「망부석」, 이태준의 《청춘무성》을 보면 바나 카페에서 맥주를 마시는 데 50~70전 정도였음을 알 수 있는데, 맥주의 가격 역시 크게 변동이 없었다. 금의 가격이 물가 수준이나 추이를 따지는 데 효과적인 기준으로 활용되지만 식민지시대에는 그렇지 않았음도 다루었다. 식민지시대 음식 가격은 1920년대 기준에서 1930년 전후 25~30% 정도 가격이 인하된다. 1933, 4년이 되면 이전 가격으로 회복이 되었다가 1937, 8년 전시 체제에 돌입하면 30~40% 정도 인상이 된다. 식민지시대 음식 가격을 현재의 가격으로 환산하려면 1원에 50,000~60,000을 곱해야 한다. 교사, 기자, 은행원, 기수 등 식민지시대 급여를 현재로 환산하는 것 역시 앞선 기준과 크게 다르지 않다. 식민지시대 경성의 주택 가격을 현재로 환산하려면 음식 가격을 환산한 비율에서 다시 6~12를 곱해야 한다.
주제어 : 식민지시대, 물가, 냉면, 쌀값, 코스 요리, 맥주, 현재 가격, 급여, 주택 가격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