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상학과 복식미학 연구실, '유행과 전통 사이, 서울 패션 이야기' 출간
- 의상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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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4-09-04
의상학과 복식미학 연구실, '유행과 전통 사이, 서울 패션 이야기' 출간
본교 의상학과 6인(임은혁, 예민희, 허민, 이지은, 고윤정, 김희량)이 최근『유행과 전통 사이, 서울 패션 이야기』(시대의 창)을 펴냈다.
(지도 교수 임은혁)
서울은 패셔너블하다
‘패션 디스트릭트’ 종로, 동대문, 명동, 이태원, 성수동의 이야기를 풀다
유구한 전통을 품은 최첨단 도시이자 과거와 미래가 공존하는 곳, 서울. 그동안 다양한 분야에서 많은 연구자가 서울을 심도 있게 다뤄왔다. 이 책은 ‘패션’의 관점으로 서울을 들여다보고 분석한다. 저자들은, 궁핍했던 일제 강점기를 지나 6.25 전쟁을 거치면서 현대에 이르기까지 서울 곳곳에 흩어져 있는 자료들을 분석하고 정리해 ‘패션 서울’의 한 면모를 이 책에 고스란히 담았다.
서울에는 독특한 패션사(史)가 있다. 특히 종로, 동대문, 명동, 이태원, 성수동에는 한국의 역사처럼 다난하고도 빛나는 문화의 역사가 남아 있다. 조선 멋쟁이들이 유행을 선도했던 종로, 광장주식회사의 설립과 함께 시작한 동대문 상권, 임오군란 이후 일본인이 새로운 상권을 개발하여 쇼핑의 중심지가 된 명동, 서울의 어떤 지역보다 더 다양하고 복합적인 사회문화적 층위가 존재하는 이태원, 수제화를 비롯하여 제조 산업의 역사와 트렌디한 사람들이 모여 만든 핫플레이스 성수동. ‘패션’이라는 키워드로 이들 다섯 장소의 굴곡진 문화사를 들여다보고, 역사·문화·정치·경제를 아우른 도시 서울의 패션사를 조명한다.
저자들은, 패션 디스트릭트로서의 서울의 각 지역에서 이루어진 유행의 발생과 전개, 의류 산업의 성장과 정체 그리고 화려함의 이면에 존재하는 문제점을 아우르기 위해 많은 시행착오를 거치며 이 책을 완성했다. 패션에 관심이 있고 패션을 공부하며 꿈꾸는 이들에게 저자들이 나눈 치열한 고민이 전달되기 바란다.
트렌디한 서울,
지역마다 장소마다 시대에 따라 스타일 트렌드를 선도하다
1장 종로-조선의 중심에서 한복을 외치다
전통 복식 한복을 중심으로 종로를 바라보고 종로의 고궁 주변에서 성행하고 있는 한복 체험에 대해 살펴본다.
종로는 조선 상업의 중심지이자 패션의 발상지였다. 소비가 활발한 지역에는 늘 멋쟁이가 모이는 법. 종로의 궁 주변에는 사대부와 관리인, 예술인이 모여 살았고 이들은 조선 멋쟁이로 대표되었다. 4대 궁궐과 종묘가 있는 종로는 조선의 인력과 물력이 집합하는 장소였다. 육의전(六矣廛)은 종로를 직물 상품의 중심지로 만들었고, 6.25 전쟁 이후에는 포목점과 주단점의 유통 구조가 광장시장으로 이어지면서 종로는 시대를 불문하고 한복 유행의 거점으로 정착했다.
조선의 궁궐은 역사를 넘어 소셜 미디어를 통해 살아 있는 공간으로 변모하여 이제는 인스타그래머블한 장소로 주목받고 있다. 체험 한복 문화가 형성되면서 ‘인생 사진’을 건질 수 있는 맛집의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한복을 입고 셀카봉을 든 관광객의 모습은 어느덧 서울을 대표하는 풍경으로 자리 잡았다. 도심 한가운데서 볼 수 있는 전통적 경관의 고궁, 체험 한복, 소셜 미디어가 만나 상호작용을 이루며 종로 일대를 더욱 매력적인 패션 디스트릭트로 만들고 있다.
동대문-세계적 규모와 전통의 패션 클러스터
4대 패션 도시 중 하나인 뉴욕의 가먼트 디스트릭트와 비교하면서 동대문 시장이 세계적 규모의 패션 클러스터가 될 수 있었던 역사를 살펴보고 열악한 노동 환경과 착취당하는 노동자의 애환을 비롯해 현대의 모습을 갖춰온 과정을 둘러본다.
축구장 20개의 면적을 훌쩍 넘는 규모의 종합 의류 시장 단지 동대문. 동대문 시장은 디자인부터 패턴, 원단, 부자재, 봉제에 이르기까지 의류 생산과 관련된 제반 공정뿐 아니라 완성된 제품의 도소매업, 패션 위크까지 복합적이고 탄력적으로 이루어진 이례적인 대규모 패션 클러스터를 이루었다.
구한말 조선 상인들이 일본 정부와 일본 상인들의 견제와 압박을 피해 낙후된 지역에 터를 잡고 자생적으로 경제 생태계를 형성했다. 시간이 흘러 2000년대 이후 제품 아웃소싱을 담당하거나 카피 제품을 제작하던 단조롭고 수동적인 과거의 대량 생산에서 벗어나 다품종 소량 생산이 가능한 탄력적 의류 제조 시스템을 갖춰나갔다. 의류 제조와 관련된 제반 공정, 도매와 소매, 패션위크까지 패션 산업을 관통하는 핵심 생태계를 형성하며 K-패션의 과거와 현재를 지탱하고 있다.
명동-패션의 흐름을 엿보다
6.25 전쟁 이후 폐허가 된 서울에서 가장 빠르게 상권을 회복하고 최신 유행의 선도 지역으로 거듭난 명동을 살펴본다.
일제 강점기부터 급진적으로 근대화된 상업 지역인 명동은 광복 이후에도 최신 유행을 이끄는 장소로 거듭났다. 6.25 전쟁 이후 양장점, 미용실, 백화점 등 최신 유행을 이끄는 소비 공간이 밀집되면서 패션 리더뿐 아니라 젊은이들이 몰려들었다. 외국 문화를 빠르게 수용한 유명 연예인, 여대생, 고위층 부녀자들이 유행을 확산시키며 하향 전파가 나타났고 다방과 통기타를 둘러맨 거리의 젊은이들이 청년 문화를 창조하고 확산시킴으로써 자연스럽게 상향 전파가 나타난 곳이다. 오늘날의 명동은 특유의 상업적 공간으로 외국인 관광객을 위한 패션 디스트릭트로 기능하고 있다.
명동은 서울의 패션이 탄생하고 확산한 곳으로 미군에 의해 유입된 외래 문화와 패션 리더들에 의해 하나의 문화가 형성되었고, 문학과 예술을 꽃피운 다방문화와 청년을 중심으로 스트리트 패션 문화가 탄생한 곳이다. 명동에 새겨진 장소성은 패션 투어리즘의 개념으로 접근할 수 있으며 우리나라 근현대의 풍부한 패션 문화가 담긴 문화적 잠재력을 갖춘 패션 디스트릭트다.
이태원-패션을 통해 다양성의 장소로
낯선 이방인의 지역에서 외국인을 대상으로 의류 산업을 발전시킨 역사와 이를 바탕으로 사회문화적 다양성을 아우르게 된 지역적 특징을 읽어본다.
서울의 어떤 지역보다 복합적인 사회문화적 층위가 존재하는 이태원은 6.25 전쟁 이후 미군의 용산 주둔으로 ‘기지촌’이 형성되면서 유흥가와 양복점, 미용실, 신발 가게 등 쇼핑 상권이 발달하며 다양한 문화가 공존하는 장소로 거듭났다. 1960년대 음악, 댄스, 패션 등 미국식 클럽 문화가 유입되면서 젊은 세대가 주도하는 독창적인 스타일이 탄생했다. 1990년대 이태원의 힙합 클럽은 1세대 K-팝 스타들은 물론 패션 문화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또한 맞춤 양복점이 성행하면서 외국인 관광객을 끌어들였고, 88 서울 올림픽 이후 패션 관광 디스트릭트로 거듭나면서 이태원의 장소성은 의류 상인들에 의해 재생산되었다.
이태원은 현대사를 지나오며 외국인, 성소수자, 기지촌 사람들을 비롯한 이주민이 이국의 문화를 생산, 유통, 소비하면서 젠더, 인종, 신체 사이즈 등 사회 문화적 다양성이 공존하는 이태원만의 특수한 장소성으로 확장된다.
성수동-공업 지역에서 탄생한 패션 플레이스
1950~1960년대에 대형 신발 브랜드가 들어서고 관련 하청 업체들이 유입되면서 제화 산업의 중심지로 떠올랐으나 2000년대 제화 산업의 위기로 오랫동안 낙후되었다가 패션 ‘힙 플레이스’로 주목받게 된 과정을 이야기한다.
서울의 브루클린 성수동은 서울의 대표적인 패션 힙 플레이스다. 물자 운송의 요충지였던 성수동은 1950년대 소규모 봉제 업체들이 대거 들어서고 1960년대에는 대형 신발 브랜드와 관련 업체들이 집적되면서 제화 산업의 상징적인 장소로 떠올랐다. 그러나 2000년대에 임대료 인상과 고령화된 생산 인력으로 제화 산업은 위기를 맞게 되고 명맥을 잇기 어려워지면서 낙후된 지역으로 남게 되었다.
2010년대 중반부터 슬럼화를 거친 성수동의 공실로 방치된 건물과 오래된 창고를 찾아 새로운 감성을 추구하는 창작자와 젊은 세대가 모여들었다. 유명 패션 브랜드의 매장과 트렌디한 카페, 다양한 팝업 스토어가 밀집되면서 과거 제조업을 기반으로 한 성수동만의 역사를 토대로 패션을 비롯한 문화·예술 콘텐츠를 통해 복합 문화 공간으로 새롭게 거듭났다.
서울, 패션을 입다
“패션과 도시는 공생하는 관계다”
무엇이 서울을 패셔너블한 도시로 만드는가? 이 질문이 바로 이 책의 출발점이다. 패션의 관점에서 서울 곳곳을 바라본 이 책은 패션 투어리즘으로서 서울의 가능성을 제시한다. 종로, 동대문, 명동, 이태원, 성수동에 자리한 패션 이야기는 패션과 도시와의 관계에 집중함으로써 서울에서 패션이 지닌 의미에 주목한다. 서울의 패션 이야기는 과거와 현재를 관통하며 시간을 아우르고, 곳곳에 분포한 패션 디스트릭트라는 장소와 깊은 관계를 맺는다.
패션 디스트릭트로서 특징적인 장소성과 역사를 통해 패션의 제조, 판매, 소비를 담당하며 성장한 각 지역의 배경은 매우 흥미롭고 나아가 시대마다 많은 이들의 추종을 받으며 다양한 형태로 유행의 거점이 된 소비문화 공간의 뚜렷한 정체성도 패션 산업의 생생한 장면처럼 매력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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