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 졸업 인터뷰] 철학과 이상준
- 철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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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6-03-08
안녕하세요! 우선 본인 소개와 함께, 지금은 어떤 일을 하고 계시는지 간단히 말씀해 주세요.
안녕하세요. 성균관대학교 철학과 출신 브루어스(BrewuS) 대표 이상준입니다.
물과 탄산수에 타서 즉시 음용 가능한 논알콜 막걸리 분말을 만들고 있으며, 최근에는 경기도 안산에 위치한 바담양조장을 인수하여 직접 막걸리를 양조하고 있습니다. 쌀과 발효를 기반으로 한 새로운 전통주 브랜드를 만들고, 젊은 세대가 전통주를 더 자연스럽게 즐길 수 있도록 다양한 제품과 브랜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학부 시절, 성대 철학과에서 가장 좋아했던 장소나 기억에 남는 소소한 풍경이 있나요?
제가 학부 시절에 가장 자주 갔던 장소는 인문관 옥상입니다. 철학과 수업이 대부분 인문관에서 이루어지다 보니 자연스럽게 인문관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았어요. 수업을 몰아서 듣는 날이 많다 보니 식사 시간을 제대로 챙기기 어려울 때가 많았는데, 그럴 때마다 인문관 편의점에서 간단한 음식을 사서 옥상에 올라가 먹곤 했습니다. 특별한 공간이라기보다는, 수업 사이에 잠깐 숨을 고르면서 생각도 정리할 수 있는 저만의 작은 휴식 공간이었던 것 같습니다.
기억에 남는 소소한 풍경으로는 분석철학 학회 ‘픽션’ 활동이 떠오릅니다. 저는 18학번이지만 전공 진입을 2023년에 하게 되어 학과 친구들이 많지 않은 편이었습니다. 그런데 픽션 활동을 하면서 다양한 철학적인 주제를 가지고 함께 토론하고, 활동이 끝난 뒤에 친구들과 같이 식사를 하며 이야기를 나누던 시간이 특히 기억에 남습니다. 철학이라는 학문이 단순히 공부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과 생각을 나누는 과정이라는 것을 그때 많이 느꼈던 것 같습니다.
사실 철학과를 선택하는 게 누구에게나 쉬운 결정은 아니었을 것 같아요. 당시 철학에 매력을 느꼈던 결정적인 이유나 계기가 무엇이었나요?
사실 처음부터 철학을 명확하게 이해하고 선택했다기보다는, “세상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가장 가까운 학문이 철학이라고 느꼈던 것이 계기였던 것 같습니다. 고등학생 때부터 사회나 인간의 행동, 선택의 이유 같은 것들에 대해 궁금한 점이 많았는데, 철학은 그런 질문을 단순한 의견이 아니라 논리와 개념을 통해 깊이 있게 탐구하는 학문이라는 점이 매력적으로 느껴졌습니다. 또 개인적인 경험도 영향을 많이 줬습니다. 저는 재수를 해서 대학에 입학했는데, 막상 대학에 오고 나니 한동안 방향을 잡지 못하고 방황했던 시기가 있었습니다. 열심히 공부해서 대학에 왔는데, 어느 순간 대학이 마치 ‘취업 사관학교’처럼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학교 안에는 다양한 프로그램과 기회들이 있어서 여러 진로를 탐색해볼 수 있었는데, 그때는 그런 것들을 잘 활용하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오히려 근본적인 질문을 많이 하게 됐습니다. “나는 왜 대학을 다니는 걸까?”, “인생은 어떻게 살아야 할까?” 같은 질문들이었습니다. 그런 고민을 하다 보니, 이왕 대학에서 공부를 한다면 조금 더 근본적인 학문인 철학을 제대로 공부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철학은 정답을 외우는 학문이라기보다는 질문을 더 정교하게 만드는 학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어떤 문제를 바라볼 때 “왜 그런가?”, “정말 그런가?”, “다르게 생각할 수는 없는가?” 같은 질문을 계속 던지게 만드는 점이 저에게는 굉장히 흥미로웠습니다. 그런 과정이 단순히 학문적인 재미를 넘어서,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 자체를 바꿔준다고 느꼈기 때문에 철학을 선택하게 되었습니다.
학부 시절 들었던 수업 중, 현재의 가치관이나 사고방식에 가장 큰 영향을 준 강의나 텍스트가 있다면 무엇인가요?
학부 시절 가장 기억에 남는 수업은 남기혁 교수님의 Ethics 강의입니다. 그 수업을 통해 철학이 단순히 윤리적인 규범을 배우는 학문이 아니라, 지식이 어떻게 정당화되는지, 우리가 어떤 근거로 어떤 것을 ‘참’이라고 믿는지를 묻는 학문이라는 점을 깊이 느꼈습니다. 특히 인상 깊었던 주제는 흄(Hume)의 인과성 문제와 과학 이론의 ‘확인(confirmation)’ 문제였습니다. 우리는 보통 어떤 이론이 많은 데이터를 설명하면 그것이 맞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흄은 경험적 관찰이 이론을 절대적으로 증명해 주지는 않는다고 이야기합니다. 이 논의를 접하면서 관찰과 이론 사이의 관계, 그리고 우리가 어떤 방식으로 세계를 이해하고 설명하는지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자연주의(Naturalism)와 과학 이론의 확인 문제를 주제로 에세이를 작성하기도 했습니다. 과학적 지식 역시 완전히 확정된 진리라기보다는 관찰, 해석, 이론 사이의 관계 속에서 계속 수정되고 발전하는 것이라는 점을 고민해 볼 수 있었습니다. 지금도 어떤 주장이나 현상을 접하면 단순히 받아들이기보다는 “우리가 이것을 믿는 근거는 무엇인가?”, “이 설명은 어떤 전제 위에 서 있는가?” 같은 질문을 자연스럽게 하게 된 것 같습니다.
현재의 진로는 철학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어 보일 수도 있을 것 같아요. 하지만 일을 하시면서 철학과 연관성을 느끼는 구체적인 순간이 있나요?
지금 하고 있는 일이 전통주 브랜드를 만들고 양조장을 운영하는 일이다 보니 겉으로 보기에는 철학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어 보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일을 하다 보면 오히려 철학적인 사고방식이 굉장히 많이 영향을 미친다는 느낌을 받을 때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새로운 술이나 브랜드를 만들 때도 단순히 “어떤 제품을 팔 것인가”라는 질문보다는 “우리는 왜 이 술을 만드는가”, “이 술이 사람들에게 어떤 경험을 줄 수 있는가” 같은 질문을 먼저 하게 됩니다. 이런 질문들은 사실 철학에서 많이 다루는 의미와 가치에 대한 질문과도 연결되어 있다고 생각합니다. 또 하나는 의사결정 과정에서의 사고 방식입니다. 창업을 하다 보면 수많은 선택을 해야 하는데, 그때 어떤 현상을 단순히 받아들이기보다는 “왜 이런 결과가 나왔을까?”, “이 가정이 정말 맞는가?” 같은 질문을 계속 던지게 됩니다. 이런 방식은 철학을 공부하면서 자연스럽게 익힌 비판적 사고와 개념을 정리하는 습관과 연결되어 있다고 느낍니다.
다시 1학년 신입생으로 돌아간다면 이것 만은 꼭 해보고 싶다거나, 후배들이 대학 생활 동안 놓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하시는 활동이 있을까요?
만약 다시 1학년으로 돌아간다면, 학교 안에서 할 수 있는 다양한 활동들을 조금 더 적극적으로 경험해 보고 싶습니다. 지금 돌아보면 학교 안에는 생각보다 많은 기회들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예를 들면 학회 활동이나 다양한 프로그램, 사람들과의 교류 같은 것들을 조금 더 적극적으로 해봤다면 좋았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후배들에게는 “대학을 너무 하나의 목표나 결과 중심으로만 바라보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말을 해주고 싶습니다. 대학생활 중 특히 1학년 신입생 때는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무엇에 관심이 있는지 탐색해 볼 수 있는 굉장히 자유로운 시간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점에서 다양한 활동을 통해 사람들을 만나고, 질문을 던지고, 스스로를 탐색해 보는 경험을 놓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철학의 길에 첫발을 내디딘 성균관대학교 철학과 신입생들에게 응원의 한 마디 부탁 드립니다.
학부 생활을 하면서 저도 정말 많은 선배와 동기, 후배들에게 도움을 받았습니다. 철학이라는 학문이 혼자만의 사유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과 질문을 나누고 토론하는 과정 속에서 더 깊어지는 학문이라는 것을 대학 생활을 통해 많이 느꼈습니다. 그래서 졸업을 했지만 앞으로도 계속 성균관대학교 철학과에 관심을 가지고 응원하고 싶습니다. 철학을 공부한다는 것은 단순히 지식을 쌓는 것을 넘어서 세상을 바라보는 자신만의 질문을 만들어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철학의 길에 첫발을 내디딘 멋진 성균관대학교 철학도 여러분을 진심으로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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