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 졸업 인터뷰] 철학과 정세형
- 철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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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6-03-08
안녕하세요! 우선 본인 소개와 함께, 지금은 어떤 일을 하고 계시는지 간단히 말씀해 주세요.
안녕하세요. 저는 철학과 22학번 정세형입니다. 복수전공으로는 공익과 법 연계전공 학위를 취득했습니다. 현재 서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18기로 입학하여 새 학기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학부 시절, 성대 철학과에서 가장 좋아했던 장소나 기억에 남는 소소한 풍경이 있나요?
학부 시절에 가장 기억에 남는 장소는 퇴계인문관 7층에 있는 탁상입니다. 시험 직전에 한 시간 정도 일찍 자리를 잡고 마지막 정리를 하거나 암기했던 용도로 종종 사용했습니다. 또한 한 층만 올라가면 옥상정원이 있어 머리를 식히거나 풍경을 보기에 참 좋은 공간이었습니다. 인문관 라운지도 좋아하는데 사람이 많은 편이었어서 자주 이용하지는 못했던 것 같습니다.
사실 철학과를 선택하는 게 누구에게나 쉬운 결정은 아니었을 것 같아요. 당시 철학에 매력을 느꼈던 결정적인 이유나 계기가 무엇이었나요?
저는 계열제로 들어왔지만 대학교에 입학하기 전부터 철학과를 계속 지망했습니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가장 중요한 이유는 철학을 통해 가치관과 사고력을 체계적으로 정립하려는 것입니다. 철학 공부를 한 지난 3년간의 생활은 저의 신념을 단단하게 만들어 준 동시에 저의 사고를 유연하게 만들어 준 시간이었습니다. 철학과와 마찬가지로 로스쿨의 진로 또한 대학교 입학 전부터 계획하고 있었고, 철학 텍스트에 대한 익숙함, 다른 학문을 배울 때 추구할 수 있는 논리적 정합성 등이 로스쿨 입시에서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실제로 철학과를 선택한 것이 로스쿨 입시에서 정말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학부 시절 들었던 수업 중, 현재의 가치관이나 사고방식에 가장 큰 영향을 준 강의나 텍스트가 있다면 무엇인가요?
로스쿨 자기소개서에 작성할 정도로 저에게 가장 큰 영향을 준 강의는 이원석 교수님의 [윤리학] 강의와 이정규 교수님의 [분석철학] 강의입니다. 윤리학 강의는 여러 가지 윤리학 쟁점을 학우들과 함께 검토하고 토론하는 수업입니다. 철학과에서 도덕철학에 대한 기초를 배우고자 하는 학생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강의라고 생각합니다. 일상생활에서 고민하기 좋은 내용들을 함께 이야기해보며 스스로 중요시하는 가치에 대한 고민을 치열하게 할 수 있습니다. 다음으로 분석철학 수업은 기초적인 형식 논리학과 더불어 철학적 쟁점들에 대한 철학자들의 논증을 분석, 반박해보는 수업입니다. 이정규 교수님께서 영어와 한국어를 병행해서 수업하시기 때문에 영어가 어려운 저도 정말 재밌게 들었고, 이후 영미철학에 대한 관심을 지속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었습니다. 제가 강의 시간에 질문을 자주 하는 편인데, 좋은 질문을 하려고 하는 과정에서 스스로 첫 의문에 대한 반박과 재반박을 진행하면서 사유했던 것이 분석철학 강의를 통해 배울 수 있는 장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정규 교수님이 올해 안식년인 것으로 알고 있는데, 다른 교수님 수업으로라도 수강했으면 좋겠습니다.
로스쿨을 준비하시면서 철학과 연관성을 느끼는 구체적인 순간이 있으신가요?
가장 첫 번째로는 법학적성시험(LEET)를 응시하는 것에 있어 도움이 된다는 것입니다. 철학과 직접적으로 연관된 지문이 나오는 경우도 빈번하지만, 철학을 배우며 얻게 되는 논리적 사고력과 어려운 텍스트에 대한 독해력이 철학과에서 배울 수 있는 가장 큰 이점입니다. 25년도 시험에는 [고·중세 철학사] 강의에서 배운 소크라테스의 변론에 대한 내용이 거의 동일하게 등장했고, 26년도에는 분석철학 및 영미철학에서 주요한 쟁점이 되는 부분이 등장하기도 했습니다. 이외에도 추리논증 과목에서도 철학과에서 배울 수 있는 논증 분석, 논리학 지식 등을 적절히 사용하여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있었습니다.
두 번째로는 법학 공부에 효과적인 학습이 가능하다는 점입니다. 법학을 공부하다 보면 항상 보게 되는 판례에는 판사의 치밀한 논증이 녹아있습니다. 그 논증을 빠르게 이해하고 사안에 적용하는 것에는 논증을 배우고, 비평하고, 나아가 만들어보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철학과에서는 4년간 이러한 과정을 숨 쉬듯이 할 수 있습니다. 법학은 이러한 지점에서 철학과 비슷하다고 볼 수 있는데, 두 분야 모두 다른 분야에 대해 적용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두 학문 모두 세상을 바라보는 하나의 창으로서 기능하기에, 자신의 가치관을 넓히는 것에 큰 도움이 됩니다.
다시 1학년 신입생으로 돌아간다면 이것만은 꼭 해보고 싶다거나, 후배들이 대학 생활 동안 놓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하시는 활동이 있을까요?
만약 신입생으로 돌아가면, 학과 생활을 조금 더 적극적으로 참여할 것 같습니다. 1학년 때부터 토론 동아리에 들어갔었기 때문에 학생회에 들어갈 시간적 여유도 없었고, 분석철학 소모임(phiction)과 와인 소모임(디오니소스) 같은 소모임에 들어가지 못했던 것이 아쉬웠습니다. 철학과 산행도 정말 가고 싶었는데 항상 해당 날짜에 다른 일정이 잡혀서 못 간 것이 슬픕니다. 만약 다시 학교에 입학한다면 학과 행사나 모임에 자주 참여해서 철학과 학우와 함께 많은 이야기를 나눠보고 싶습니다.
활동 외에는 여러분이 스스로 어떤 사람인지 알아보는 시간을 충분히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저와 마찬가지로 로스쿨을 생각하는 분들이 철학과에 꽤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물론 변호사라는 직업이 사회적으로 인정받는 직업이지만, 변호사가 되고 싶은 이유가 단지 그것뿐이라면 장기적으로 그 직업이 자신이 행복을 느끼는 삶과 괴리가 생길 가능성도 있습니다. 저 또한 학부 동안 이러한 고민을 했고, 그 이후에 법조인이라는 진로가 제가 지향하는 삶과 일치한다는 것을 알게 된 후에야 진심으로 법조인을 꿈꾸기 시작했습니다.
철학의 길에 첫발을 내디딘 성균관대학교 철학과 신입생들에게 응원의 한 마디 부탁 드립니다.
지금 저는 개강 첫날에 로스쿨 열람실에서 인터뷰를 작성하고 있습니다. 사실 생각해 보면 저도 여러분과 같은 신입생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저 또한 익숙했던 곳을 떠나 낯선 곳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하는 중입니다. 제 학교생활을 돌이켜보면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은 시험 기간에 밤을 새우고 바라본 여명(黎明)이었습니다. 가장 힘들 때 역설적으로 제일 행복한 그 순간이 제 학교생활을 요약한 한 장면일 것입니다. 여러분도 모든 순간이 살아있음을 느끼는 충만한 순간이길 진심으로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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