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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반] [경향신문 2025.03.26][김범준의 옆집물리학] 봄날의 봄볕 NEW
- 내가 사는 수원에는 ‘인문 공동체 책고집’이 있다. 책고집 대표 최준영 선생님은, 노력하지 않으면 잘 보이지 않는, 우리 사회의 구석진 그늘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위안이 되는 인문학의 가치를 알리려 꾸준히 고집스럽게 애써온 이다. 올해 책고집은 ‘인문학 강좌, 곁과 볕’을 전국 곳곳에서 진행한다. 얼마 전 강사로 참여하는 분들을 만나는 자리가 있었다. 글과 삶의 모습을 보며 늘 존경하던 한 분이 ‘곁과 볕’이 ‘곁과 빛’이었다면 이 자리에 오지 않으려 했다며 좌중을 웃게 만들고는, 곧 사람의 온기를 전하는 것은 빛이 아니라 볕이라는 의미 있는 얘기를 이어갔다. 봄이 오고 있다. 미세먼지로 탁한 봄 하늘을 눈곱 낀 듯 아스라한 시선으로 가만히 올려본다. 밝아진 햇빛이 겨울과는 분명히 다르게 느껴지는 요즘이다. 고재현 교수님의 책 <빛의 핵심>에 따르면, 태양 깊은 안쪽에서 출발한 빛은 100만년의 긴 시간이 흐른 뒤에야 태양 표면에 도달한다. 이곳에서 빛은 빼꼼 고개를 내밀고, 곧 걸음을 재촉해 우주 공간을 빠르게 가로질러 지구의 대기를 통과한다. 전자기파인 빛은 내 얼굴에 닿아 가지고 있던 에너지를 흔쾌히 내놓고, 몸을 이루는 입자들의 마구잡이 열운동을 늘려 내 피부의 온도를 높인다. 바로 이때 빛이 볕이 된다. 보낸 것은 빛인데 닿고 보니 볕이 된 따사로운 봄볕에서, 빛이 볕이 된 100만년을 생각한다. 빛은 눈이 보고 볕은 몸이 본다. 촛불도 빛을 낸다. 우리 주변 대부분의 연소 반응은 물질에 들어 있는 탄소가 공기 중 산소와 결합하는 방식으로 일어난다. 탄소와 산소가 따로 있을 때의 전체 에너지는 둘이 한 몸이 되었을 때의 에너지보다 더 크다. 둘은 한 몸이 되면서 에너지를 절약하고 남긴 에너지를 빛의 형태로 외부로 방출한다. 멀찍이 따로 선 둘이 한자리에 모여 하나가 되니 뭐라도 함께 베풀 것이 더 생긴 모양새다. 가만히 타는 촛불을 보며 함께하면 그나마 뭐라도 더 할 수 있는 세상사를 떠올린다. 물이 아래로 흐르는 것은 낮은 곳에 있을 때 중력 에너지가 더 작기 때문이다. 낮아지며 줄어든 만큼의 에너지가 물레방아를 돌리고 수력발전소의 전기를 만든다. 아래로 흐르는 물처럼 자연은 에너지가 줄어드는 방향을 좋아하지만, 그렇다고 탄소와 산소가 만나 한 몸이 되는 연소 반응이 그냥 저절로 일어나는 것은 아니다. 멀찍이서 서로 외면하던 탄소와 산소가 하나로 만나려면 먼저 에너지의 고개를 넘어야 한다. 데면데면한 둘 사이 에너지 장벽을 넘기 위해 필요한 에너지로 우리는 성냥의 불꽃을 이용한다. 펌프에서 물을 끌어 올릴 때 처음 한 바가지 마중물이 필요하듯, 성냥의 불꽃이 마중물이 되어 초의 첫 연소 반응이 시작된다. 그다음은 고개 없는 내리막이다. 처음의 연소에서 방출된 에너지의 일부가 전달돼 다음 연소 반응이 일어나고, 이때 방출된 에너지가 그다음, 또 그다음 연소로 이어진다. 꺼진 촛불 백날 쳐다봐야 고개만 아프지 저절로 불붙을 리 없지만, 누군가 작은 성냥불로 불붙이면 커다란 장작도 오래 탄다. 활활 타는 큰 장작불을 떠올리며 처음 불붙인 작은 불씨를 생각한다. 사람도 빛을 낸다. 가시광선 영역이 아니어서 맨눈으로는 보이지 않지만 적외선 카메라로 보면 사람이 내는 빛을 볼 수 있다. 사람이 빛나는 이유는 몸의 온기 때문이다. 자연의 모든 따뜻한 것은 스스로 다양한 파장의 빛을 낸다. 사람 몸의 온기가 빛과 열로 퍼져나가고, 누군가에 닿으면 이것도 볕이 된다. 아무리 추워도 여럿이 함께 한자리에서 가까이 모이면 훈훈한 기운이 느껴지는 이유다. 너는 빛을 보냈는데 내가 받고 보니 볕이 되는 놀라운 일이다. 차갑게 느껴지는 빛은 있어도 따뜻하지 않은 볕은 형용모순이다. 세상의 온기를 전하는 것은 빛이 아니라 볕이다. 봄이 왔는데 봄 같지 않은 나날이 이어지고 있다. 봄빛은 완연한데 따스한 봄볕은 느껴지지 않는다. 해가 보내는 봄빛이야 1년을 주기로 규칙적으로 반복되니, 빛을 기준으로 하는 봄이 때맞춰 우리를 찾아오지 못할 도리는 없다. 빛을 볕으로 만드는 것은 태양이 아니라 우리라는 것을 떠올린다. 봄이 왔는데 봄 같지 않은 이유는 빛이 아니라 볕의 문제가 아닐까. 지난해 12월 초 시작한 한국 사회의 긴 겨울이 곧 끝나기를 바란다. 밝은 봄빛이 봄날의 따스한 봄볕이 되기를. 춘분을 훌쩍 넘겼는데도 아직도 오지 않은 봄볕이 곧 우리 모두를 찾아오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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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2025-04-21
- 조회수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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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구] [최광용 교수 연구실] Nature Physics 논문 출판
- 우리 물리학과 최광용 교수님 연구실의 연구로 Nature Physics에 One-ninth magnetization plateau stabilized by spin entanglement in a kagome antiferromagnet 제목의 논문이 출판되었습니다. Title : One-ninth magnetization plateau stabilized by spin entanglement in a kagome antiferromagnet Authors : Sungmin Jeon, Dirk Wulferding, Youngsu Choi, Seungyeol Lee, Kiwan Nam, Kee Hoon Kim, Minseong Lee, Tae-Hwan Jang, Jae-Hoon Park, Suheon Lee, Sungkyun Choi, Chanhyeon Lee, Hiroyuki Nojiri & Kwang-Yong Choi Link : https://www.nature.com/articles/s41567-023-0231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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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2025-03-13
- 조회수 1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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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문] 우리과 졸업생 이미진 박사 부산대 물리학과 조교수 임용
- 우리 대학 물리학과 이미진 박사(학부 07학번, 석박통합 11학번)가 2025년 3월부로 부산대학교 물리학과 조교수로 임용된다. 이미진 박사는 2017년 2월 “Synchronization in Kuramoto oscillators and application to power-grid system”(지도교수: 김범준)이라는 주제로 응집 및 통계물리 분야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이후 인하대학교 물리학과 기초과학연구소에서 3년 반 동안 박사후연구원으로 활동했으며, 한양대학교 응용물리학과에서 4년 반 동안 교육전담교수로 근무하며 교육과 연구에 매진했다. 상호작용하는 개체들이 만들어내는 거시적 패턴을 연구하는 복잡계 시스템 분야에서 활발히 연구 활동을 이어가며 총 20여 편의 논문을 발표했다. 이미진 박사는 2011년 9월 김범준 교수 연구실에 석박사통합과정으로 입학해 통계물리학에서 전통적으로 다루는 상전이와 임계현상의 보편성 분류를 연구의 출발점으로 삼았다. 동기화 진동자 모형에서도 비동기화에서 동기화로의 상태 전이가 발생하는데, 관련 물리량의 상전이 임계지수를 측정해 전이 특성을 규명하는 연구를 수행했다. 특히 기존 연구와 차별화된 접근법으로, 평형 상태에 도달하기 이전의 물리량을 분석해 상전이 임계지수를 성공적으로 도출했고, 이 연구 결과는 물리학 분야 최고 권위의 저널인 Physical Review Letters에 게재되었다. 이 업적을 인정받아 물리학회에서 ‘우수여성대학원생상’을 수상했다. 박사과정 동안 동기화 모형 외에도 이름 유행 패턴, 작가의 필명과 일반인 이름의 차이, 전력망의 생산자 공간 배치가 시스템 안정성에 미치는 영향 등 일상적 현상에 대한 관심을 바탕으로 다양한 연구를 진행했다. 박사학위 취득 후 인하대학교 물리학과에서 박사후연구원으로 재직하며 박테리아 신진대사 네트워크 분석 연구를 주로 수행했다(지도: 현 고등과학원 이덕선 교수). 신진대사 네트워크의 진화 모델을 제안해 Physical Review Letters에 출판했으며, 네트워크의 구조적 특징만으로 박테리아 신진대사의 핵심 구조가 대규모로 형성된다는 사실을 밝혀 상위 1% 저널에 논문을 발표했다. 또한, 비균질적인 접촉 구조를 반영한 감염 확산 모형을 통해 감염 시간을 예측하는 연구도 수행했다. 기존 연구가 감염자 수 예측에 초점을 맞췄던 반면, 그는 비균질 접촉 구조에서는 감염자 수 변동성이 커 예측 정확도가 떨어진다는 점을 지적하며, 보다 적절한 측정량으로 감염 시간을 제안했다. 이 외에도 결핵환자의 총 사망자 수를 줄이기 위한 병원의 공간적 배치 방안을 제시하고, 정보 엔트로피를 활용해 방향성이 없는 네트워크에서 방향성을 추출하는 방법을 개발해 세계 무역망과 조선왕조실록 인물 네트워크에 적용하는 연구도 진행했다. 이후 한양대학교 응용물리학과 교육전담교수로 재직하면서 연구 활동을 이어갔다. 특히, 기계학습과 카토그램(지리정보 왜곡 지도)을 활용해 서울시 공공자전거 수요를 예측하는 연구를 공동 지도해 상위 1% 저널에 논문을 게재했으며, 서울시 COVID-19 감염자 데이터를 기반으로 백신 접종과 격리 전략의 효율성을 평가하는 연구도 수행했다. 통계물리학의 스미기 모형을 활용한 교통체증 분석과 동기화 진동자 모형을 확장한 부차 동기화 연구를 지도하며, 다양한 응용 분야로 연구를 확장해왔다. 또한, 네트워크 과학 분야의 기본서 세 권을 동료 연구자들과 함께 공역하여 대한민국학술원 우수도서로 선정되며, 교육 발전에도 기여하고 있다. 이미진 박사의 연구는 통계물리학의 이론적 기초를 바탕으로 다양한 현실 문제에 적용함으로써 학문적·사회적 가치를 높이고 있으며, 앞으로도 부산대학교에서 후학 양성과 연구 활동을 활발히 이어갈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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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2025-01-15
- 조회수 38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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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반] 물리학과 창립 70주년 기념 행사
- 물리학과 창립 70주년 기념 행사를 다음과 같이 진행합니다. 사전등록 : 2024년 11월 15일(금)까지 일시 : 2024년 11월 22일(금) 장소 : 성균관대학교 자연과학캠퍼스 1부 10:00 - 12:00 70주년 기념 학술대회 (삼성학술정보관 B1 오디토리움) <상세 일정> 10:00~10:30 박혜진 교수님 (인하대학교), 통계물리로 살펴보는 진화생태 10:30~11:00 김동욱 교수님 (연세암센터), Introduction to Medical Physics, Radiation Therapy & Recent Trends 11:00~11:30 공수현 교수님 (고려대학교), 반도체와 빛이 만나면 11:30~12:00 서순범 교수님 (창원대학교), 극한환경에서 만나는 임계점 12:00 - 13:00 오찬 (학생회관 행단골) 2부 14:00 - 16:00 Homecoming 족구대회* (복지회관 앞 족구장) 14:00 - 16:00 동문과의 대화 (제1과학관 31214호실) 14:00 - 18:00 캠퍼스 투어* 3부 16:30 - 18:00 학부 및 대학원 포스터 발표회 (제1종합연구동 8층 다목적홀) 19:00 - 21:00 70주년 기념의 밤 * Homecoming 족구대회와 캠퍼스 투어 참가를 희망하시는 경우, 행사 홈페이지에서 신청해주시길 바랍니다. 자세한 정보는 아래의 링크 참고 바랍니다. https://sites.google.com/view/skkuphysics70th/%EB%AC%BC%EB%A6%AC%ED%95%99%EA%B3%BC-70%EC%A3%BC%EB%85%84-%EA%B8%B0%EB%85%90%ED%96%89%EC%82%A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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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2024-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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