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dlines] 총원우회 풍류기행 '엄홍길 대장과 함께 한 백두산 기행' 기행문(3) - 이창길 GB세미나 회장님(10기, 한국보험경영연구소 대표)
- 성균인문아카데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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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6-08-31
[제3화]
<북파코스>
셋째 날 북파코스를 통한 천지 친견의 재도전이다
출발에 앞서 야외 온천장에서 이른 아침을 맞이했다.
섭씨 40도의 온천수에 몸을 담그고 하늘을 바라보니 쾌청이다.
파란 하늘에 무거웠던 지난 밤의 피로가 온몸을 간질이듯이 씻겨 나간다.
그러나 마음은 자꾸만 급해진다. 백두산 정상의 날씨가 또 어떤 심술을 부릴지 모르기 때문이다.
10인승 마이크로 셔틀버스에 몸을 싣고 천지 아래 주차장까지 이어지는 꼬불꼬불한 산길을 숨가쁘게 올라갔다.
산 아래에서 본 파란 하늘은 어느새 온데간데 없이 사라졌고 자욱한 안개가 시야를 가린다.
오늘도 천지가 열리지 않으면 어쩌지? 불길한 걱정에 마음은 다시 초조해졌다.
이런 내 마음 속 염려를 알아챘는지 버스에 동승한 가이드가 핸드폰 영상을 내게 내밀었다.
이 시각 천지가 맑게 열렸다는 현지 중계 영상이었다. 일순간 버스안에 가벼운 흥분이 일렁인다.
잠시 뒤 버스가 정상부 주차장에 도착하자마자 조금이라도 일찍 천지를 볼 수 있는 B코스까지 한달음에 내달렸다.
그리고 그곳에 천지, 바로 천지가 짙푸른 빛, 신비한 얼굴로 나를 사로잡았다.
내 가슴으로 직접 마주한 이런 맑고 깨끗한 천지의 압도적인 규모의 신비한 자태는
사진으로만 보았던 모습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만큼 감동적이고, 또 강렬했다.

아, 이곳은 민족의 영산, 백두산의 정상 천지, 하늘 호수 천지!
춤이라도 덩실덩실 추고 싶어라. 뭐라고 소리쳐 외치고 싶어라.
감사합니다, 천지신명이시여.
감격의 만남이여,
아, 이곳은 천지! 천지!
“민족도 국토도
분단된 슬픈 역사 속에
통일의 그 날을 기다려
하마하마 *팔십 일년*
세월의 기만에 분노는 열화처럼
이역길 돌아 돌아
아득한 신비의 빛을 따라
신들린 걸음으로
민족의 성지(聖地), 국토의 시원(始原)
백두산을 찾아”
-진태하, ‘백두산’ 중에서-
핸드폰으로 신비한 천지의 모습을 열심히 담아보지만, 마음 속 감격마저 담기에는 역부족이다.
이제 천지 친견의 일차 소원을 이뤘으니, 오른쪽 언덕길을 돌아 A코스로 자리를 옮겼다.
B코스에서 들뜬 마음으로 일견했던 천지의 모습을 이곳에서는 다른 각도에서 좀 더 찬찬히 감상할 수 있었다.
상심낙사(賞心樂事, 마음으로 감상하는 즐거운 일), 바로 그것이다.
마침 오늘은 8월15일, 광복절. 그리고 분단의 시간은 흘러 흘러 81년.
중국쪽에서 바라본 천지, 저 건너편. 지금은 갈 수 없는 곳.
북한측 장군봉 모습에 자꾸 눈길이 갔다. 현재 이쪽 중국쪽에서는 천지로 내려가는 길은 없는데,
북한쪽에는 천지에 이르는 긴 계단길이 가느다란 하얀 선으로 희미하게 보인다.
천지의 모습을 촬영하는 건 어쩐지 아쉬움이 있어,
마침 조우한 이영진 재판관께 인증샷을 부탁드려 네 컷을 찍을 수 있었다.
그러나 워낙 한정된 공간에 한꺼번에 몰려든 엄청난 숫자의 중국관광객들 때문에
온전히 포즈를 취하는 건 기대하기 어려웠다.
북파코스는 하루 등반객을 25,000명으로 제한하고 있는데,
서파코스의 그것에 두 배 가까이 되는 규모니 그럴만도 하다.
나중에 사진을 확인해보니, 내 얼굴 표정이 한마디로 콕 찝어서 말할 수 없게 뭔가 복잡해 보였다.
그저 감격이라고 하기엔 묘한 표정, 반쯤 울고 있는 듯한 모습이랄까? 왜 그랬을까?
엄홍길 대장도 천지 친견의 감동을 동영상에 담아 보내왔다.
히말라야 8천미터급 16좌를 완등한 세계 산악계의 살아있는 전설, 엄대장이 직접 찍은 동영상은
현장에서의 감동의 순간을 생생하게 전달한다.
“8⬝15 광복절 날. 민족의 영산, 백두산에 올라왔습니다.
보십시오. 구름이 천지밑으로 내려오지 않고 위에만 싹~ 끼어 있지 않습니까?
이런 행운이~ 아, 천지신명께서 이런 행운을 저희에게 주셨습니다.
무한 감사, 감사드립니다.
아, 백두산 천지의 신령스런 기운을 받으십시오.
기(氣), 기(氣), 길!
이 기운을 받으시고 건강, 행복, 행운이 항상 용솟음치듯이 넘쳐나길
천지신명께 기원드립니다.
기(氣), 기(氣), 길!”
천지 부근을 둘러보니 천문봉(天文峰) 표지판이 서 있었다. 백두산의 정상은 북한쪽에 있는 장군봉(2,744m)이며,
중국쪽 정상은 화개봉(2,660m)인데, 기상관측소가 들어서면서 천문봉이라고 불리워지고 있다고 한다.
표지판에 한자와 영어로 적혀있는 글귀가 재미있다.
“登上天文峰 事業成功”
(The astronomy peak you climb up to, The successful career you’ll have)
주어진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아 천지의 모습을 다시 한번 가슴에 깊이 새겨놓고 서둘러 한산하였다.
천지에서의 완벽한 날씨와 풍광에 감사를 올리게 되는 것은 어제 서파등정에서의 아쉬움이 컸기 때문일 것이다.
주차장에 다시 집합한 일행들의 얼굴은 한결같이 감동의 표정이 역력했다.
나는 그들에게 이렇게 말해 주고 싶었다.
“당신의 좋은 업(善業)이 당신을 이곳에 오게 한 것입니다.”
(Your good karma brings you here.)

<장백폭포>
북파코스를 통한 천지 친견의 감동을 추스르고 장백폭포로 이동하였다.
장백폭포는 북파코스에서 천지와 함께 묶어보는 핵심 명소다.
천지는 백두산의 최고봉인 장군봉을 비롯하여 망천후(2,712m), 백운봉(2,691m), 청석봉(2,662m) 등
높은 봉우리에 둘러싸여 있다. 천지의 물은 화구벽이 터져서 생긴 북쪽의 달문을 통해 흘러내려 가는데,
이 물은 ‘승사하(昇嗣河 또는 乘搓河)’를 통해 흐르다가 장백폭포(비룡폭포)에 이르러 68m의 수직절벽을 따라 낙하한다.
장백폭포 관람을 위해서는 도보로 이동한 뒤, 마지막 구간에 급경사 계단이 기다리고 있어
체력적인 부담을 고려해야 했다. 다행히 잠깐의 수고 끝에 도착한 장백폭포는 사람을 압도하는 강렬함이 느껴졌다.
엄홍길 대장 등 우리 10기 원우들과 장백폭포의 힘찬 물줄기를 배경으로
사진촬영도 하면서 한가롭게 주변 풍경을 즐겼다.
아무래도 천지 친견의 큰 목적은 이뤘다는 여유같은 게 있어서인지,
장백폭포 관람은 마치 덤같은 선물로 느껴졌다.
예전에는 장백폭포 옆 계단길을 거쳐 천지에 올라 손도 담그고, 한 모금의 물맛도 보았다는데,
지금은 이 산행코스가 폐쇄되었다. 아무래도 아쉬움이 있을 수밖에 없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