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문초록
撫蕃에서 討蕃을 거쳐 治蕃으로 일단 완성을 보게 된 대만총독부의 이번 정책 과정에서 번지 경찰조직의 설립과 운영은 가장 중요한 정책적 과제 중 하나였다. 특히 애용・경수로 대표되는 준경찰인력의 창설과 운영은 보통행정구역(=평지)의 경찰조직 운영에서는 볼 수 없는 번지 경찰조직의 독특함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또 준경찰인력은 정규 경찰인력의 47.6%에 달할 정도로 방대한 규모였다. 일제하 대만의 경찰력을 평가할 때 준경찰인력의 존재를 무시할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아울러 감독소-분견소-애료로 이어지는 번지 경찰관서의 체계가 ‘이번사업’의 완성 이후 주재소로 일원화되는 과정은 달리 말하면 총독부의 번지 통치의 안정화를 반영한 변화이기도 했는데, 번지 경찰관서를 대표하는 주재소는 평지 경찰관서를 대표하는 파출소의 약 52%에 달했고, 그 배치 역시 대단히 촘촘했다. 전체 인구의 약 3%에 불과한 번인 인구를 통제하기 위해 대만총독부가 얼마나 많은 인적・물적 자원을 투입했는지를 엿볼 수 있기도 하다.
이러한 다대한 인적・물적 자원의 투입 결과 번지에는 경찰조직에 의한 일원적인 지배체제가 성립했고, 이는 공인된 폭력으로서의 근대적 공권력이 대만 번지 역사상 최초로 수립되는 결과를 낳았다. 이러한 공권력의 수립은 우선 번인이 보유한 총기에 대한 철저한 회수로 나타났고, 그 결과 번인의 저항력을 근저에서 해체하고 국가권력 이외의 사적 무장력을 거의 허용하지 않는 단계에까지 도달하게 된다. 총기의 철저한 회수는 번지에서의 다양한 형태의 살상을 크게 줄이는 결과로 이어졌는데, 번인에 의한 내지인과 한인 살상뿐만 아니라 번지 사회의 오랜 관행이기도 했던 번인 간의 상호살상, 나아가 내지인과 한인에 의한 번인 살상 역시 큰 폭으로 줄일 수 있었다.
주제어 : 번지, 대만총독부, 이번사업, 준경찰인력, 주재소, 공권력, 번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