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문초록
「朱文手圈」은 朱熹의 《朱子大全》을 대상으로 1798년 4월부터 약 50일간 정조가 절록한 약 1,140여개의 구절들을 모은 정조 친찬 초본 《四部手圈》 중 일부이다. 정조의 주자학 연구와 존숭은 주자의 방대한 글들을 세손 시절부터 여러 방식과 구성으로 편찬한 사실로부터 확인할 수 있으며, 이러한 정조 편찬 주자 관련 문헌 중 批圈 방식을 적용하여 단독 문헌이 아닌 경우는 「주문수권」이 유일하다. 본고는 「주문수권」의 구성 방식 상의 특징을 《주서백선》과 비교하고, 그 절록된 내용을 《주서백선》을 포함한 조선 편찬 주자 관련 문헌 13종에 누적 수록된 작품과 교차 검토하는 방식을 통해 「주문수권」에 담긴 정조의 《사부수권》 편찬 목적을 추측하였고, 그 결과 「주문수권」은 비권 행위 자체로 주자의 뜻을 본받고자 한 정조의 뜻에 의해 편찬되었고, 그 편찬 과정에 초계문신들을 다수 참여시켜 文治를 행하고자 하는 목적이 내재되어있었다는 결론을 도출하였다.
그 근거로는, 첫째, 「주문수권」의 구성을 살펴보면 절록된 구절만을 강조하고 출처 이외의 정보는 생략하였으며, 《주자대전》의 순서를 그대로 따르고 있어, 《주서백선》의 세밀한 구성과 차이를 보인다. 둘째, 「주문수권」과 《주서백선》 두 문헌에 선별 및 절록된 작품을 비교해보면 출입이 존재하며, 대부분 주자의 학술 사상 및 논의 혹은 주자의 사적인 조언 및 의견이 담긴 내용이 「주문수권」에는 절록되어 있지 않다. 셋째, 조선조 간행된 주자 관련 선본 13종의 누적 수록 횟수가 높은 작품들을 「주문수권」절록 작품과 비교해보면, 정조 본인이 군주로서 이미 인지하고 있는 내용은 절록하지 않았으며, 자주 쓰이는 구절이나 속담과 비유가 묘사된 인용구들은 다수 절록하고 있다.
이처럼 「주문수권」은 《주서백선》과 편찬 의도가 상이하며, 정조의 주자학이나 조선의 주자학 수용 양상을 검토할 때에 누락해서는 안 될 중요한 문헌이다. 본 연구는 정조의 선본과 초본의 가치를 규명하고 문헌 구성 분석을 통해 그 편찬 의도를 추측한 것에 의의를 지닌다.
주제어 : 「朱文手圈」, 《五子手圈》, 正祖, 《四部手圈》, 抄本, 朱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