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문초록
이 논문은 최인훈의 연작 소설 「총독의 소리」를 통해 ‘통치비밀(아르카나 임페리)’의 구체적 운용과 원리를 검토해 본 것이다. 지하에 숨어든 총독의 경륜-비밀이 한반도의 분단상태를 매개로 하여 패전 제국을 다시 회복하기 위한 제1원리로 설정된 맥락을 분석하면서, 효력정지된 「메이지 헌법」이 총독의 후견헌법으로서 참조・소환・극복되는 과정을 검토했다. 총독의 경륜-비밀은 국가의 적=아나키를 필요에 따라 계측하고 창출하면서 질서화 절차의 조리와 계기들을 배치해가는 통치합리성의 다른 이름으로서(1장), 「메이지 헌법」의 해석 속에서 이채를 발하는 ‘지존행정’의 집행 및 ‘제-외-례’의 재량적 결정과 상호작용한다(2장). 스스로를 ‘제정일치론자’로 정의했던 총독은 천황의 지고한 신성을 봉행하는, 그런 지존의 신성 아래에서 그 신성과 한 몸이 되는, 그렇게 ‘육화’된 이위일체적 힘의 보유자이다(3장). 그는 「메이지 헌법」과 「황실전범」이 설정한 한계를 철폐함으로써 자신이 지닌 ‘섭정’으로서의 힘과 지위를 무제약적으로 실험하며, 그럼으로써 전후 제국의 정통성을 수호하는 최종 보루로서 스스로를 정립할 수 있게 된다(4장). 전후 숨은 총독은 제국의 판도를 점령군정의 이윤취득 구조로 재편성하는 첫 출발점으로서의 ‘상징=천황’을 개념 투쟁의 대상으로 삼아 전용・내파한다(5장). 그렇게 총독의 경륜-비밀로 조형되는 통치관계는 한반도 남북의 집권세력을 영속적인 비상상태 쪽으로, 한반도 인민의 삶을 ‘반생반사(半生半死)’의 상태로 인도하는 통치사려의 방법이자 원천으로 정의될 수 있을 것이다.
주제어 : 비밀, 경륜, 한반도, 제-외-례, 육화, 섭정적인 것, 「총독의 소리」, 「메이지 헌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