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문초록
회화에서 감각은 어떻게 수용되고 시각적으로 재현되었는가. 평면 예술인 회화의 특성상 시각이 가장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며 주된 역할을 해왔음은 자명하다. 그러나 이 연구에서는 한국의 전근대기 회화에서의 촉각의 표현에 대해서 살피고자 한다. 조선시대 회화에서 촉각을 불러일으키는 주제로서 필자는 소나무 그림을 대표적으로 꼽고자 한다.
소나무는 곧게 뻗은 줄기와 늘어진 가지가 주는 고고한 자태와 겨울에도 푸르름을 잃지 않는 상록의 특성이 절개와 지조를 상징하여 예로부터 깊은 사랑을 받았다. 도연명이 유독 소나무를 어루만진 것은 소나무의 상징성을 공유하고자 했기 때문일 수 있다. 이러한 상징성 못지않게 소나무는 생태적으로 다양한 촉각적 요소를 지니고 있다. 소나무 樹幹의 딱딱한 질감과 솔잎의 가늘고 뾰족한 생김새에서 소나무는 ‘붉은 갑옷, 푸른 수염’이라는 의미의 ‘赤甲蒼髥’ 혹은 ‘蒼髥紫甲’이라 불리었다. 특히 줄기의 표피는 용비늘에 비유되어 ‘龍鱗’이라 일컬어졌고, 푸른 수염의 나무라는 뜻의 ‘蒼髥樹’는 그 자체가 소나무의 이칭이었다. 이처럼 소나무는 ‘촉각’을 자극하는 요소를 풍부하게 지녔고, 이러한 요소를 얼마나 효과적으로 재현했는지가 소나무의 이념적 상징 못지않게 작화 및 감상의 핵심이었을 것이다.
이 연구에서는 선행 연구를 토대로 하면서 조선 후기 소나무 그림에서 ‘촉각’이 어떻게 인식되었고, 어떤 표현 방식으로 재현되었는지에 초점을 맞추어 살피고자 한다.
주제어 : 촉각, 감각, 소나무, 무고송, 무송도, 노송도, 용린, 창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