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사논문] 유세문, 「동시대 한국 영화의 갈등 구조 연구 : 유사가족(類似家族) 표상을 중심으로」, 2016
- 비교문화협동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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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3-01-26
[국문초록]
본 연구는 동시대 문화 연구의 선상에서 영화 텍스트를 통해 한국적 서사가 가진 문화적 특성을 이해하려는 노력이다. 영화는 그 시대의 사회와 문화를 비추는 거울로서, 대중 영화를 구성하고 있는 서사와 다양한 표상들을 분석하는 작업은 동시대 한국 사회가 지닌 문화적 맥락을 조금 더 객관적으로 이해하는 데에 도움을 준다. 특히,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서사적 요소인 갈등 구조는 서사에 역동성을 부여함으로써 영화가 관객들과 성공적으로 소통할 수 있게 한다. 영화의 서사는 문자로만 이루어져있는 문학과는 달리 영상이나 사운드와 같은 다양한 요소들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에 분석 작업에 특별한 전략이 요구된다. 따라서 갈등이라는 서사적 요소에 집중함으로써 영화 서사 분석의 난관을 돌파하고자 하였으며, 그것을 다루는 틀로서는 ‘유사가족(類似家族)’라는 표상을 선택하였다. 유사가족이란 혈연을 통해 엮이지 않았으면서도 가족주의에 바탕을 둔 사회적 집단을 의미하는 것으로, 한국의 문화적 특성 중 가장 대표적인 것이 ‘가족주의’ 이데올로기이므로 한국 영화의 갈등 구조를 분석하는 틀로 유사가족 표상을 활용하는 것은 본 연구만의 독창적인 시도라고 할 수 있다. 정리하자면, 동시대 한국 영화에 나타난 유사가족 관계의 갈등 구조를 심층적으로 분석함으로써 가족주의에 기초한 한국적 내러티브의 특성을 규정하고, 그것이 각각의 서사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가를 이해하는 데에 기여하는 것이 본 연구가 지향하는 지점이다.
대상 텍스트는 2008년부터 현재까지 나온 동시대 한국의 대중 영화 중에서 유사가족 표상이 나타나는 텍스트를 중심으로 선정되었고, 등장인물들의 비가족적 관계 속에서 가족 호칭이 주되게 사용되거나 가족 호칭이 사용되지 않더라도 조직의 보스나 마을의 이장, 배의 선장과 같은 가부장적 인물을 중심으로 명백하게 가족 형태를 이루는 사례들을 유사가족으로 다루었다. 분석에는 정신분석학적 접근을 주된 방법으로 도입하였으며, 기호학적 방법을 기능적 차원에서 활용하여 보충하였다. 분석의 과정은 먼저 등장인물들이 어떤 구조로 유사가족 관계를 이루고 있는가를 그레마스의 ‘기호학적 사각형’을 통해 명확히 하였다. 이렇게 제공된 도식들은 인물 간의 외적인 관계를 도식화한 것이 아니고 인물, 특히 갈등의 주체가 되는 인물이 가진 무의식적 환상 속의 관계를 도식화한 것이다. 영화에 재현되고 있는 현재의 유사가족 관계 속 갈등을 등장인물이 가진 가족 환상이 욕망이라는 동기를 통해 전이되어 나타나는 것으로 보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갈등 구조를 심층적으로 다룸에 있어서 무의식을 활용한 것인데, 무의식은 언어의 법칙을 따르기에, 은유와 환유를 통해 드러난 표상을 경유함으로써 무의식적 환상 속에 존재하며 표상되지 않는 욕망이나 충동과 같은 갈등의 원인들에 접근할 수 있었다. 13개 영화 텍스트를 중심으로 진행된 각각의 분석의 마지막에는 밝혀진 갈등 구조가 어떻게 서사를 특징짓고 있는가를 그레마스의 ‘행동자 모델’을 통해 도식화하여 제시하였다.
갈등 구조 연구의 결과로 나타난 한국적 서사의 특징은 ‘어머니의 욕망’으로 대변되는 개인의 욕망은 지나치게 강한 것에 비하여 그것을 중화시켜 줄 ‘아버지의 이름’으로 대표되는 고차원적 가치가 결여됨으로써 환상이 특정 기표(예를 들자면, 돈)에 고착되는 결과를 가져오고 있다는 것이다. 문화적으로 환상이 자유롭게 풀려나지 못하고 고착화된다는 것은 서사가 다양하고 풍부하게 발전하지 못하고 특정 구조의 반복적이고 강박적인 변형만을 답습할 수밖에 없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따라서 본 연구를 통해 얻을 수 있는 통찰은 고착된 환상을 횡단하고 자유로운 환상을 지향함으로써 한국적 서사를 더욱 풍부하게 만들 필요성이 있다는 것이다.
[주제어]: 한국영화, 갈등구조, 유사가족, 문화연구, 정신분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