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사논문] 구슬아, 「음식상품화 연구 : 현대의 음식상품과 기호학적 양상」, 2013
- 비교문화협동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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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3-01-27
[국문초록]
본 논문은 오늘날 대도시에서 일상적으로 영위되는 식생활이 어떤 형태를 띠고 있는지 밝힌 후, 그러한 현상에 관계된 도시 주민들의 욕구가 무엇인지를 알아보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를 보다 자세히 서술하자면 다음과 같다. 첫째, 대도시에서 일상적으로 영위되는 식생활을 1인 가구 및 맞벌이 가정의 지속적인 증가 및 가사노동 시간의 감소 등에 근거하여 외식, 특히 1980년대를 거치며 가파르게 증가한 프랜차이즈 외식업체를 통한 외식으로 본다. 둘째, 먹는 행위와 관계된 도시 주민들의 욕구가 무엇인지는 프랜차이즈 외식업체가 제공하는 광고와 여기에 등장하는 기호들을 살피는 작업을 통해 알아본다.
프랜차이즈 외식업체의 대표적 생산방식인 ‘원팩(one-pack) 시스템’은 현대의 먹을거리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를 잘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라 할 수 있다. 이는 근대 먹을거리 체계의 성립 이후 꾸준히 진행되어 온 대량화와 표준화, 효율성 추구의 경향이 보편적인 양상으로 자리 잡은 형태이며, 동시에 오늘날의 음식 생산이 전반적으로 패스트푸드를 만드는 것과 동일한 방식으로 이루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에 더해 원팩 시스템의 특성 중 하나인 ‘생산과정의 철저한 이원화’가 현대 대도시에서 프랜차이즈 외식업체들이 선전(善戰)할 수 있는 중요한 동력임을 밝히고, 이러한 사안이 어떤 한국 사회의 특수성과 관계되어 있는지를 살펴보고자 한다.
생산방식에 대한 고찰을 통해 현대 대도시의 일상적인 식생활이 상품화된 음식과의 관계 맺기라는 형태로 영위되고 있음을 유추할 수 있다. 그리고 이때의 관계 맺기란 다름 아닌 ‘소비’로써 성립된다. 이전에도 상품화된 음식은 있었으나 현대의 음식상품은 이전까지 유효했던 시간적(계절), 공간적(산지와의 거리) 조건의 제약으로부터 거의 완전히 자유로워졌다는 점에서 특별하다. 일련의 조건들로부터의 해방은 전반적으로 저렴한 먹을거리의 가격을 형성함으로써 절대적 빈곤의 개념을 약화시키는 동시에 대다수의 사람들을 소비자의 자리에 위치시킴으로써 생산과 관계된 음식의 맥락들을 은폐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선행한 단락의 서술과 관련하여, 소수의 생산 담당자와 다수의 소비자라는 구도는 음식에 이전과는 다른 기호가치가 결부되는 것을 용이하게 하였다. 프랜차이즈 외식업체의 광고에서 사용되는 단어들을 통해 오늘날 상품화된 음식이 즐겨 동원하는 기호들로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를 알아볼 수 있다. 본 논문에서는 크게 ‘웰빙(well-being)’, ‘역사와 전통’, ‘새로운 것’, ‘고급스러움’이라는 네 가지 가치의 범주를 두고, 광고 내에서 각각의 가치들이 구체적으로 어떤 기표들을 통하여 드러나고 있는지를 고찰한다. 그리고 이러한 기표들의 유희가 결국은 실제 해당 음식상품에는 없지만 마치 있는 것처럼 여겨지는, 일종의 ‘신화적 의미’를 형성함으로써, 소비자들의 구매 욕구를 자극하는 양상을 살펴볼 것이다.
프랜차이즈 외식업체의 광고에 호출된 기표들, 그리고 이 기표들이 형성하는 신화적 의미, 그리고 이에 대한 소비 행위에 대한 고찰은 흔히 원초적, 생리적 차원의 문제일 뿐이라고 여겨지는 음식과 먹는 행위 역시 보드리야르가 언급한 ‘지위(statut)’, 보다 정확히는 ‘업적에 의한 구원’에 대한 열망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음을 보여준다. 이로부터 상품물신에 근거한 소비 이데올로기의 면면을 살피고, 식생활이 일상정치의 중요한 영역인 동시에 핵심적 의제가 될 수 있음을 밝히는 것이 이 연구의 목적이다.
[주제어]: 프랜차이즈, 산업자본주의, 소비, 기호, 상품물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