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사논문] 신재원, 「김언 시의 사건 발생 메커니즘 연구」, 2020
- 비교문화협동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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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3-01-28
[국문초록]
본 논문은 한국 현대시인 김언 시인이 주창한 사건 발생 메커니즘을 분석함으로써 현대시에 만연한 난해시의 지평을 일부분이나마 해소해보고자 했다. ‘사건의 시학’을 전개해나가는 김언 시인은 ‘시란 무엇인가’라는 의문을 꾸준히 제기하며, 문장과 언어에 대한 불신을 시라는 매개체를 통해 풀이해보고자 노력하고 있다. 이를 명확히 하기 위해 김언의 시가 바디우가 말한 예술적 진리생산절차와 얼마만큼 부합하는지, ‘시의 자기 사유’의 가능성을 가지고 있는지 함께 논한다.
우선, 사건 발생에 앞서 시편들의 분석을 통해 김언 시인이 택한 현실 인식 방식을 파악한다. 작품에 등장하는 익명의 ‘그’들은 작품 내에서 자신들이 하는 행동의 선후 관계를 명확히 인지하고 있지 못한 경우가 많다. 더불어 시공간의 인식이 불가능하기에 무수히 많은 현실 속 상황들을 비약하여 단일한 하나의 상황으로 정의해버리는 초유의 사태에 이르는 지점을 살핀다. 개별적으로 식별되지 못한 상황들은 현실 곳곳에 산적하여 공백으로 남고, 이는 후에 사건의 돌발로 이어진다.
식별 불가능한 지점, 즉 공백을 목격하기 위해 시인은 시 속 세계에서 스스로를 재위치시킨다. 그 방식은‘말하는 구조’가 장악하고 있는 시 속 세계 바깥으로 빠져나와 조망자가 되는 것으로 나타난다. ‘주체화’ 과정을 거쳐 시 안팎의 상황을 살피는 기존의 시적 주체와는 다르게, 새로운 시론적 존재인 조망자는 시의 창공에 서서 시 내부를 내려다보는 존재이다. 대신 조망자는 시적 주체나 화자처럼 시 속 상황에 간섭할 모든 권한이 박탈당한다. 시인은 조망자로서 세계에서 발견한 수많은 ‘그’들을 파악하는 방법으로 대화를 선택한다. 시인은 이들에게 질문을 던지거나 ‘그’들끼리의 대화를 참고하여 ‘그’들의 정체에 대해 추적한다. 시인이 목격한 지금-여기를 획득하지 못한 ‘그’들은 균열 속에서 공백을 발견한다. 시인 혹은 누군가가 공백을 눈치챘을 때, 사건이 일어난다.
그 후에는 시 분석을 토대로 하여 김언 시에 나타나는 사건 발생 메커니즘을 돌이켜보며 성립된 주체상에 대해 분석한다. 김언의 시에서 주체는 현실 세계에서 균열을 발견하고, 이를 기록하며 사건의 도래를 명명하는 자이다. 사건 발생 메커니즘은 김언이 활용하는 ‘사건’개념이 어떤 절차를 거쳐 시 속에서 도출되고 현시되는지, 궁극적으로 어떻게 진리 생산의 과정으로 주체를 인도하는지를 보여주는 지표이다.
본고는 김언의 시 전반을 살피며 사건 발생 선후를 고려해 시를 선별하고 분석했다. 김언의 시가 전반적으로 사건 발생 메커니즘 아래 전개되었음을 가정하고 무시간적 관점을 택하여 분석을 진행하였다. 이는 사건 발생 메커니즘이 순환되고 있다는 전제 아래 행해진다. 이를 통해 확정된 진리가 아니라 지속적으로 진리를 발견해나가는 진리탐색과정을 김언이 어떻게 시라는 장르를 통해 생산해내고 있는지 파악한다. ‘현실인식-대상 분화-공백의 발견-사건 돌출-주체성립’의 메커니즘은 한 번 성립되고 난 후에는 진리생산이 단발적이지 않은 것과 마찬가지로 끝없이 반복된다. 이는 주체로 거듭나는 것에서 종결되는 것이 아니라 지속적인 개입을 행하는 존재만이 주체로 성립될 수 있다는 바디우의 견해에도 합치되는 결론이라고 볼 수 있다.
[주제어]: 김언, 현대시, 사건, 조망자, 주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