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사논문] 최장락, 「음경과 근대 한국의 남성성: 1920~30년대 대중매체의 과학·의학 담론을 중심으로」, 2021
- 비교문화협동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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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3-01-28
[국문초록]
본 논문은 1920~30년대 한국 대중매체를 중심으로 ‘남성 육체’의 담론화 양상과 그 담론화의 효과로서 남성성의 형성을 분석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특히 본 논문에서 주목하는 것은 대중매체를 통해 유통된 과학·의학 담론 내부에서의 ‘남성 육체’의 담론화와 근대 조선인 남성의 주체화가 맺는 관계이다.
제2장에서는 근대적 육체관의 도입으로 인한 육체의 탈신비화라는 측면에서 ‘남성 육체’의 담론화 양상을 분석하였다. 1920~30년대 대중매체를 통해 인간의 육체가 정신과 구별되는 물질적 실체라는 관념이 유통되었다. 생물학적 성차 담론에 의해 남성의 육체는 음경, 생식선, 성 호르몬과 같은 물질적 차원에서 정의된다. 또한 인간 역시 동물종의 하나라는 점이 발견되면서 남성의 육체에 생식의 의무를 자연의 법칙으로서 부과하는 것이 가능해졌다. 이 의무는 생물학적 정상성의 범주에서 정당화 되었다.
제3장에서는 남성 육체가 가진 생산성인 에너지의 관리를 위한 1920~30년대의 과학·의학 담론을 검토하였다. 남성의 에너지는 개인적으로 낭비되는 것이 아니라 국가, 사회, 민족의 이익을 위해 투여되어야 했다. 과학화된 ‘젊음의 기술’에 대한 당시의 언설들 속에서 남성의 에너지는 특히 성과 밀접한 관련을 맺는 것으로 간주되었다. 따라서 남성의 성적 과잉에 대한 사회적 관리의 필요성이 대두되었다. 자위는 재생산과 무관하면서 동시에 남성의 에너지를 소진시킨다는 점에서 이 관리의 주된 표적이 되었다.
제4장에서는 1930년대 신문 의학 상담란을 중심으로 1920~30년대 ‘남성 육체’ 담론의 효과가 규범을 자기화한 주체의 출현으로서 나타났다는 것을 확인했다. 남성들은 자신의 비남성성을 고백함으로써 그들이 자기 스스로 규범을 내면화했음을 드러낸다. 그런데 규범의 자기화가 항상 모범적인 ‘남성 육체’와의 일치로서 나타나는 것은 아니었다. 정상으로부터 이탈했다는 감각은 육체를 쇠약해지게 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그리고 ‘남성 육체’에 대한 지향은 담론의 전략과는 다른 욕망에 의해 추동되기도 했다. 특히 식민지라는 조건 하에서 ‘남성 육체’와의 동일시가 사회 구성원으로서의 공적인 남성 정체성을 보장할 수 없었을 때, 정상성을 향한 남성의 욕망은 스스로가 성적 쾌락의 생산자가 되고자 하는 방향으로 굴절되었다.
근대 조선인 남성들에게 음경은 남성성의 지표였다. 남성성의 형성에서 음경의 특권화된 지위는 새로운 과학·의학 지식의 유통에 의한 것이기도 했지만, 식민지라는 조건 하에서 안정된 남성 정체성을 보장받을 수 없는 상황을 해소하기 위한 수단으로서 음경이 호명되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처럼 음경으로 대표될 수 있는 남성의 성적 능력과 남성성의 관계는 1920~30년대라는 특수한 역사적·문화적 맥락에 의한 결과물이다.
[주제어]: 근대적 남성성, 대중매체, 육체, 음경, 자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