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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軍복무 중 하반신 마비… 아들 정선용씨 세상 뜨자 성균관大에 기부한 어머니]
- 23년간 투석 받다 숨져
"평생 걸을 수 없게 됐지만 나라 원망 안 했던 아들…
단 한번도 허투루 안 쓴 돈, 후배들 꿈 위해 쓰였으면"
17일 오전 성균관대에서 아들 고(故) 정선용씨가 28년간 모은 보훈연금 5억원을 학교에 기부한 이옥한씨.
17일 오전 11시 서울 종로구 성균관대학교 대학본부 3층. 연두색 한복 저고리와 진초록색 치마를 차려입은 이옥한(85)씨가 총장실에 들어섰다. 곱게 화장을 한 이씨의 곁에는 머리가 희끗희끗한 중년 남성 4명이 뒤따랐다. 이들은 28년 전 성균관대 캠퍼스를 함께 누빈 학우들이다. 당시에는 이씨 대신 그의 아들 정선용(전자공학 84학번)씨가 곁에 있었지만.
이씨는 이날 아들 같은 중년 4총사가 함께한 자리에서 지난달 세상을 떠난 아들 정선용씨가 남긴 전 재산 5억원을 성균관대에 기부했다. 이 돈은 군 복무 중 다쳐 하반신 마비를 앓게 된 정씨가 국가로부터 받은 보훈 연금을 28년간 꼬박 모은 것이다. 이씨는 "아들이 단 한 번도 허투루 안 쓰고 정말 열심히 모은 돈"이라고 했다.
대학 2학년을 마치고 군대에 간 정씨는 훈련을 받다가 사고로 하반신이 마비됐다. 전역을 석 달도 남기지 않은 시점에 당한 사고였다. 아들의 사고 소식을 전해 듣고 한걸음에 병원으로 달려간 이씨는 만지고, 꼬집고, 때려도 반응할 줄 모르는 아들의 다리를 붙잡고 한참을 울었다.
제대 후 복학한 정씨는 불편한 몸에도 수업을 빠트리지 않았다. 정씨의 과(科) 친구 4명이 그의 다리가 돼 주었다. 이날 장학금 기부식에 이씨와 함께한 중년 남성이 그들이다. 다섯 사람은 2년 동안 매일 정씨를 휠체어에 태워 4층 강의실까지 좁은 계단을 오르락내리락했다.
정씨는 졸업 후 컴퓨터 조립 회사에 입사했다. 20여년 전 돈으로 월 100만원을 벌 정도로 수입이 좋았다. 하지만 장애인 전용 화장실이 없어 소변을 참고 일하기 일쑤였던 정씨의 신장은 3년을 못 버티고 고장이 났다. 23년 동안 투석을 받았지만 결국 정씨는 지난달 세상을 떠났다.
병상에서 정씨는 어머니에게 한 가지 부탁을 했다고 한다. "그동안 나라로부터 받은 돈을 사회에 돌려주고 싶어요." 정씨는 건강한 두 다리로 세상을 누빈 기억이 멈춘 대학 시절 추억을 애틋하게 생각했다. 5억이란 큰돈을 선뜻 기부하면서도 이씨는 한 차례도 고민하지 않았다고 했다. "아들이 좋다면 나는 좋아."
군 복무를 하다 평생 걸을 수 없게 됐는데도 정씨가 나라를 원망하는 걸 단 한 번도 못 봤다고 이씨는 말했다. 정씨는 "국가에서 주는 돈을 받으려니까 미안하다"며 "빚을 갚아야 한다"는 말을 입버릇처럼 했다고 한다.
성균관대는 정선용씨의 뜻을 기리기 위해 이씨가 기부한 돈으로 '정선용 장학금'을 만들고 공과대학 캠퍼스에 '정선용 강의실'을 만들 예정이다. 이날 기념식에 참석한 정규상 성균관대 총장은 이씨에게 "아들을 잃은 아픔을 딛고 아들의 후배를 위해 고귀한 뜻을 베풀어 주었다"고 감사를 표했다. 이씨는 "아들이 국가로부터 받은 이 돈이 꿈을 이루기 위해 열심히 공부하는 후배들을 위해 쓰였으면 좋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