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MPUS Asia]싱가포르 국립대학교 법학과 교환 국비 장학생 파견 수기
- 글로벌리더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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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3-03-07
글: 이서현 (글로벌리더학부 19)
◈ 싱가포르를 선택한 이유
교환학생은 어렸을 적부터 나의 로망이었다. 우리 대학에 입학하자마자 교환학생 프로그램을 찾았다. 선배들이 글로벌리더학부에 재학 중이고 법 과목 수강에 관심 있다면 CAMPUS Asia 프로그램을 통해 국비 장학생 자격으로 법학 교환학생 가는 것을 추천했다. 그러나 코로나 사태로 모든 교환학생 프로그램이 전면 취소되거나 온라인으로 진행되어 오랫동안 희망했던 교환학생의 꿈을 반쯤 접었다. 하지만 2021년 2학기부터 다시 각국의 교환학생 프로그램들이 활성화되기 시작했다. 다시 한번 교환학생을 준비하며 2022년 2학기부터 싱가포르 국립대 법학과가 CAMPUS Asia 프로그램에 합류해 파견이 가능하다는 소식을 듣고 지원했다.
싱가포르는 이중언어정책을 시행해 중국어와 영어를 공용어로 사용하는 국가다. 싱가포르에서 교환학생을 한다면 중국어뿐만 아니라 영어 실력도 향상되리라 기대했다. 싱가포르가 최근 동아시아의 비즈니스 중심지이자 국제 중재 허브로 급부상하며 국내의 대형 로펌들이 싱가포르에 대거 진출하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 싱가포르에서 교환학생 생활을 하고 아시아 1위이자 세계적 명문인 NUS 법학과에서 학부생으로 법학 수업을 수강한다면 법조인을 꿈꾸는 나에게 좋은 기회가 되리라 생각했다.
◈ 생애 첫 외국 생활 헤쳐 나가기
해외여행을 다녀본 경험은 있지만 외국에서 오랫동안 혼자 체류한 적은 없었다. 타지에서 잘 지낼 수 있을지 막연한 걱정이 들었다. 코로나에 의한 규제가 풀린 직후인 2022년 2학기에 약 2,500명 정도의 교환학생이 싱가포르 국립대학교에 왔다. 인원이 많자 나를 포함한 대다수 학생이 기숙사를 배정받지 못했고 주거 문제가 현실로 다가왔다. 싱가포르 국립대학 국제처, 법학부, 캠퍼스 아시아 담당처 등 여러 군데 문의를 했음에도 기숙사 추가합격이 되지 않았다. 약 2주간은 여러 사이트를 전전하며 방을 찾았다. 4개월 단기 임대를 받아주는 곳이 흔치 않아 중간에 교환학생을 포기할까라는 생각도 여러 번 했다. 운 좋게도 나름 적당한 값의 좋은 방을 찾았다. 집을 실제로 보지도 못한 채 온라인으로 단기 임대차계약서를 사인하고 보증금을 납입했다. 싱가포르 법을 찾아보며 임차인을 보호하는 조항 등이 계약서에 삽입되어 있는지도 따져봤다. 하지만 집주인이 기분 나빠 갑자기 집 계약을 안 할까 봐 정당한 권리를 주장해 보지도 못했다. 계약서에 명시된 조건 모두에 동의하는 등 떠나기 직전까지도 매우 불안정한 상황이었다.
같이 사는 집주인은 매우 좋은 사람들이었다. 이들은 중국계 싱가포르 노부부였다. 중국어를 꾸준히 배우는 중이라고 하니 매우 좋아했다. 중국어로 스몰토크를 나누기도 하고 중국 요리도 종종 해주는 등 거주하는 기간 동안 부모님처럼 알뜰히 챙겨주셨다. 무엇보다 옆방에 사는 필리핀 친구 렉시를 만난 것은 교환학생 생활 전체에서 가장 큰 행운이었다. 렉시는 나와 같은 학기에 파견 온 싱가포르 국립대 경제학과 교환학생이었다. 이전부터 한국 문화에 많은 관심이 있어서 처음에 k-pop이나 k-drama, 한국 음식 등에 대해서 얘기하며 급속도로 친해졌다. 조금 더 친해진 이후에는 삶의 태도 및 가치관 등의 깊은 얘기들도 했다. 전혀 다른 국가에서 다른 삶을 살아왔지만 너무 얘기가 잘 통해서 신기했다. 이런 마음 맞는 친구가 하우스 메이트여서 든든했다.
그 시절 ‘거주할 집을 찾으면서 집 찾기도 이렇게 어려운데 낯선 곳에서 혼자 어떻게 헤쳐 나갈까’ 하는 두려움이 가득했다. 보고서를 작성하는 현시점에도 선명히 기억난다. 그러나 집을 떠나 다른 국가에서 거주하며 낯선 환경에서 혼자 난관을 헤쳐 나가는 법, 다른 이들과 서로 배려하면서 생활하는 법 등을 배울 수 있었다.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좋은 인연들을 만들 좋은 기회였다.
◈ 싱가포르 국립대학교에서의 공부
싱가포르 국립대 법학부에 파견되면 일본, 중국과는 달리 CAMPUS Asia 프로그램의 필수 수강 수업 등 정해진 커리큘럼이 없다. 자유롭게 수강 신청을 할 수 있는데 싱가포르 국립대 법학부는 ‘국제항공법, 국제우주법, 국제해양법, 국제환경법, 국제사법, 국제 형사 절차법’ 등 다양한 국제법 수업들이 열리곤 한다. 한국에서는 학부생 신분으로 수강이 불가한 다양한 특별법 수업이 CAMPUS Asia 프로그램을 통해서는 가능하다. 이것이 이 프로그램의 큰 메리트 중 하나다.
수강한 법학 과목 중 가장 인상 깊었던 수업은 ‘International Commercial Arbitration(국제상사중재법)’ 수업이다. 지난 해 법무부 주최 법령경연대회에서 주택임대차보호법 시행령 중 주택임대차 분쟁조정 제도와 관련된 개정안을 고민해보며 ADR(대체적 분쟁 해결제도)에 대해 많은 관심을 두게 되었다. ADR과 관련된 수업을 듣고자 국제상사중재법 수업을 수강했다. 싱가포르는 지리적 특성상 금융거래 및 중개무역이 활발해 국제상사중재가 매우 발달한 국가다. 국제상사중재법은 경쟁률이 매우 높은 인기 있는 수업이었다.
부푼 기대를 안고 첫 수업에 들어갔지만, 생각만큼 호락호락한 수업이 아니었다. 지금까지 또래 대학생 중에서 영어를 꽤 잘한다고 자부해 왔는데 싱가포르 특유 억양이 녹아있는 싱글리시 발음과 어려운 법률 영어, 일반적 소송 법리와는 상이한 국제상사중재 법리, 이들 세 가지의 조합으로 수업 내용을 이해하기 어려웠다. 싱가포르 국립대는 3, 4학년 학부생과 석사과정 수업을 따로 구분하지 않는다. 이때 같이 수업을 듣는 학우 중 반 정도는 스위스 중국 일본 등 해외 각국 변호사 출신의 석사 과정 학생들이었다. 싱가포르 국제상사중재 센터(SIAC)의 중재위원들도 있었다. 수업을 잘 따라가는 것처럼 보이는 이들과 나 자신을 계속 비교하며 위축되었고 포기하고 싶을 때가 많았다. 그럼에도 매 순간 ‘CAMPUS Asia 프로그램’ 지원서를 작성했던 때의 간절하고도 호기롭던 마음가짐을 잊지 말자고 계속 되새기며 수업 내용을 모두 녹음해서 수업 이후 다시 들었다. 이해되지 않는 부분들은 수업 이후 교수님께 따로 질문을 드렸다. 영어 원문 교과서를 읽다가 잘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들은 성균관대학교 학술정보관을 통해 국제상사중재법 전자책 및 여러 논문을 빌려 읽어보며 부족한 부분들을 보충했다.
이 수업의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은 중간고사가 조별 모의재판 및 이에 대한 개인 보고서로 대체된다는 것이다. 이 역시 한국의 학부 법학 수업 시간에는 있을 수 없는 특별한 경험이었다. 나는 중재인을 배정받게 되었다. 중재인(arbitrator)은 모의재판 직전까지 모의재판 문제를 제외하고는 각 측이 작성한 서면을 읽어볼 수 없다. 양측의 변론이 끝난 즉시 arbitrator’s decision을 작성해서 발표해야 해서 다시 한번 심적으로 큰 부담이 되었다. 그럼에도 모의재판 케이스의 쟁점으로 주어진 “1) 해당 중재가 제기된 ICC ASIA에 관할권이 존재하는가? 2) 동 사안의 A 중재인이 공정성 및 투명성을 갖추었는가? 3)동 사안에서 제기된 임시적 보전 조치는 타당한가? “에 대해, 문제에서 제기된 사실관계를 바탕으로 양측에서 어떤 논리를 펼칠 것인지 모든 가능한 주장과 근거 및 관련 케이스들을 모아 비교 대조해보며 리서치했다. 이를 바탕으로 모의재판 당일 떨지 않고 논리적으로 나의 arbitrator’s decision을 잘 발표할 수 있었다.
국제상사중재법 수업을 통해 학문적으로도 성장했다. 정신적으로도 성장할 계기가 된 것 같다. 수강 신청 이전에는 학교 커뮤니티를 통해 해당 수업에 대한 이전 수강생들의 시험 팁, 교수님의 수업 방식 등의 사전 정보로 수강 신청을 했다. 시험이 다가오면 선배들의 자료와 족보 등을 참조해 시험을 준비했다. 모든 동기들도 그랬다. 그런 것을 당시에는 당연한 것으로 생각했다. 돌이켜보니 지금까지 나는 매우 타성적으로 공부했던 것 같다. 하지만 싱가포르에서는 어느 것도 없어서 모든 것을 스스로 이해하고 깨우쳐야 했다. 법조인에게 주어진 문제를 창의적, 자율적으로 사고해 논리적으로 풀어나가는 능력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이 수업을 계기로 이런 점이 조금이나마 개발되지 않았을까 생각했다.
▲ 제출했던 arbitrator's decision 보고서의 표지
교양수업으로 중국어를 수강하면서 중국어 어학 실력을 향상하고자 한 목표를 이룰 수 있었다. 고등학교 시절부터 제2외국어가 중국어였고 대학교에 와서도 이를 꾸준히 공부했다. 싱가포르에서는 이중언어정책을 사용해 영어뿐만 아니라 중국어가 생활 전반에 녹아있는 국가다. 싱가포르 국립대학에 파견된다면 반드시 교양수업으로 중국어를 수강해 스피킹 및 리스닝 실력을 향상시켜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Chinese5를 신청했다.
한 가지 특이한 점은 싱가포르 국립대학은 법학 캠퍼스(Butit Kimah Campus)와 메인 캠퍼스가 나뉘어 있다는 것. 전공 법학 수업들이 끝난 뒤 바로 버스를 타고 중국어 수업을 들으러 약 30분 거리의 메인 캠퍼스에 가야 했다. 체력 소모가 컸음에도 싱가포르에서 꾸준히 중국어를 공부하면서 중국어에 대한 자신감을 기를 수 있었다. 한국의 중국어 교육법은 주로 독해와 문법 위주여서 독해 실력에 비해 말하기, 듣기 실력이 월등히 부족하다고 생각했다. 중국어로 문장을 구사하려면 위축되기 일쑤였다. 중국계 싱가포르인이 인구 구성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싱가포르에서는 중국어가 필수적이다. 마트에서 계산하거나, 식당에서 음식을 주문하는 등 일상생활에서 중국어 사용 빈도를 점차 늘려가기 시작했다. 중국인 교환학생 친구들과도 영어가 아닌 중국어로 대화하려고 노력하면서 언어적 자신감을 많이 기를 수 있었다. 4개월의 짧은 시간이라 비약적 발전까지 했다고 볼 수는 없다. 그러나 파견 이후 보고서를 작성하는 현재 HSK 6급을 준비하고 있는데 싱가포르에서의 실력 향상이 체감되고 있다.
교환학생 시절 얻을 수 있었던 가장 값진 경험은 내가 정신적으로 성장했다는 것이다. 한국에서는 성적 때문에 일희일비하며 좋은 성적을 얻기 위한 가장 빠르고 효율적인 방법만 추구하고 안정적 루트만 고수했다. 교환학생 시절에는 나의 학문적 관심에 따라서 충분한 시간을 두고 깊이 있게 고찰하고 사색했다. 다양한 난관들을 두려워하지 않고 돌파해가는 과정에서 성장하는 나 자신을 관찰할 수 있었다.
◈ 조화로운 다문화 국가 싱가포르
싱가포르는 중국계, 말레이계, 인도계 등 다양한 인종으로 구성된 대표적 다민족 국가다. 단일 민족 국가인 한국에서만 쭉 살아온 나는 싱가포르 곳곳을 다닐 때마다 다문화적 요소들을 찾아내는 재미가 쏠쏠했다. 인상적인 부분은 호커센터였다. 호커센터는 공동의 식사 공간을 가운데 두고 가판형 음식점들이 모여있는 식당가다. 각 지역마다 최소한 하나씩은 꼭 있는 지역 내 공동체 식사 공간이다. 호커센터는 한 공간에서 인도 음식인 프라타부터 말레이 음식 나시레막까지 싱가포르인 입맛에 맞게 약간씩 변형된 다양한 문화권의 음식들을 맛볼 수 있다. 다양한 문화권의 식사 경험을 공유하며 공동체의 결속성을 강화하는 공간이다. 한국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매우 이색적인 경험이었다. 이후 집주인 가족과 주말에 동네 호커센터에서 식사를 했다. 이러한 호커센터는 조화롭고 포용적인 다문화 사회를 견인하는 역할을 인정받아 유네스코 세계 유산에까지 등재되었다. 집주인 가족을 포함한 많은 싱가포르인이 이에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는 점을 알게 되었다.
호커센터 이외에도 싱가포르 곳곳을 관광하면서 곳곳에 녹아있는 다문화적 요소들을 발견할 수 있었다. 리콴유 정부 때의 초대 도시계획정책으로 싱가포르에서는 각 민족 간 주거지역이 뚜렷한 경계를 보이지 않는다. 서로 융화되어 살아가지만 차이나타운 ·리틀 인디아· 아랍스트리트 등 각 민족의 주거 비율이 특히 높은 지역들이 존재한다. 이는 싱가포르 내의 주요 관광지이기도 하다. 한 국가 내에서 문화권 별로 두드러지는 건축 양식 및 종교 사원들을 동시에 볼 수 있다는 점이 흥미로웠다. 리틀인디아 역에 위치한 힌두교 사원인 스리마리아만 사원에서 십 분 정도 걸으면 이슬람교 사원인 술탄 모스크 사원을 발견할 수 있다. 여기서 지하철 10분 거리에 거대한 불교사원인 불아사가 있다는 것을 알았을 때 매우 놀랐다.
많은 다민족 국가들에서 민족 간 분열을 목격하기 쉬운데 싱가포르에서는 그런 느낌을 받은 적이 한 번도 없다. 이는 싱가포르 정부와 개개인들이 다양한 문화들의 독자성을 인정하며 존중하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영어, 중국어, 말레이어, 타밀어 4가지 언어가 모두 공용어로 공공시설에 병기되어 있으며 디파발리, 중추절, 석가탄신일 등 다양한 민족, 종교별 행사들이 국가 차원에서 장려되고 있었다. 중국계 싱가포르인의 명절인 중추절 때는 차이나타운뿐만 아니라 싱가포르 전역에서 중추절 음식인 월병을 팔고 야시장 등이 열렸다. 힌두교 명절인 디파발리는 국경일이기까지 했다.
이러한 특성 덕분에 싱가포르에서 교환학생 생활을 하며 다양한 친구들을 만날 수 있었다. 그들과 교류하며 그들의 시각에서 세상을 접할 수 있었다. 중국계 싱가포르인 친구와 중국 본토에서 온 교환학생 친구에게 각각 중국의 코로나 정책과 대만과 중국 사이의 관계에 대한 생각을 묻고 서로 얘기를 나누기도 했다. 한국에서는 쉽게 하지 않는 이야기들을 나누며 친구들 의견 사이의 공통점과 차이점이 생기는 지점들에서 정치·문화적 요소들의 영향을 발견했다. 이처럼 세계 곳곳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뉴스 미디어를 통해서가 아니라 해당 문화권의 학생들에게서 직접 들으며 내 생각을 정립할 수 있다는 것이 교환학생이 가지는 큰 매력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왼쪽 : 이슬람 사원인 술탄 모스크, (가운데) 힌두교 사원인 스리마리아만 사원, 오른쪽 : 다양한 문화권의 친구들과 함께한 맥리치 등산
◈ CAMPUS Asia 프로그램을 통해 맺은 여러 인연
CAMPUS Asia 프로그램의 큰 장점은 CAMPUS Asia 프로그램이라는 정체성인 것 같다. 싱가포르 국립대 파견이 확정된 이후 파견 직전 학기였던 2022년 1학기에 우리 대학에서 비교정치론을 함께 수강했던 인민대학교 법학부에서 온 ‘일락’이를 만났다. 밥도 여러 번 먹으며 한국과 중국의 대학 생활 등 여러 이야기를 나누었다. 일락이는 한국어에 관심이 많고 나는 중국어를 배우던 참이어서 언어교류를 하며 친해졌다. 떠나기 전 일락이가 중국 전통 문양이 그려진 황금색 책갈피와 손편지를 깜짝 선물해주어 고맙고 소중한 추억이 되었다.
교환학기를 마치고 돌아와서는 2022년 2학기에 CAMPUS Asia 프로그램으로 성균관대에 파견된 싱가포르 국립대 법학과 학생들과 함께 친해지게 될 기회가 있었다. 이들과 함께 밥을 먹으며 싱가포르 국립대와 성균관대의 생활 전반 및 각자의 국가에서 생활하며 느낀 한국과 싱가포르의 법, 정치제도의 공통점과 차이점 등에 대해 함께 공유하며 많은 얘기들을 나누었다. 모두 법조인을 지망하다 보니 비슷한 진로와 가치관을 가져 더욱 이야기가 잘 통했다. 같은 프로그램을 통해 서로의 학교에서 교환 생활을 했다는 점에서 짧은 시간 내에 급속도로 친해질 수 있었던 것 같다. 이들과는 아쉽게도 이때 한 번밖에 보지 못했다. 이후 SNS로 계속 연락을 주고받으며 싱가포르 국립대학교에서의 행정 처리 등과 관련해서 많은 도움을 주기도 하는 등 고마운 인연이 되었다. CAMPUS Asia 프로그램의 큰 장점 중 하나는 함께 같은 프로그램을 통해 알게 된 친구들과 소속감 및 연대감을 형성할 수 있다는 점인 것 같다.
◈ 고마운 CAMPUS Asia
국비 장학생으로 교환학생을 다녀온 후 많은 동기가 CAMPUS Asia 프로그램에 관해 물어보는데 그때마다 적극 추천하고 있다. 우선 장학금이 지원돼서 조금이라도 교환학생 생활을 풍족하게 했고 사업단을 맡고 계신 권철 교수님과 류일현 박사님께서 물심양면으로 도와주신 덕분에 교환학생 생활 내내 심적으로 안정됐다.
우리 대학 CAMPUS Asia 사업단을 맡고 계시는 학장님, 교수님, 박사님들께서 지속적으로 프로그램에 힘써주신다. 상호협력을 통해 프로그램을 더욱 발전시키려는 점이 체감돼서 프로그램의 수혜를 받고 있는 나 역시 더욱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싱가포르는 2022년 2학기 처음 합류해서 기존의 일본과 중국에 비해서는 프로그램의 제도적 측면에서 다소 미흡한 점이 있었던 것 같다는 생각도 했다. 이를테면 CAMPUS Asia 프로그램은 ‘동아시아 유스 코무네 (공통법 형성)’이라는 목표를 가지고, 한국·일본·중국에서는 CAMPUS Asia 학생들만을 위한 커리큘럼을 편성해 국가 간의 법제 사이의 비교법 연구를 중점으로 하는데, 싱가포르에서는 이러한 커리큘럼이 없었다는 부분에서 다소 아쉬웠다. 그럼에도 싱가포르 국립대학교에 개설된 다양한 국제법 수업을 통해서 국제법이라는 큰 틀 안의 특별한 법들까지 세밀하게 공부하며 국제사회의 일원으로서 나의 역할을 고민해보는 좋은 기회였다. 세계 최고 명문대학의 학생들과 다양한 주제로 서로의 견해를 나누어보며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을 더욱 넓힐 수 있었다. 4개월의 짧은 기간에 거대한 변화가 일어나지는 않았겠지만, 점차 성장해나가는 나 자신의 모습에 계속 놀라는 하루하루였다. 이는 내 인생에서 커다란 터닝포인트였다고 자부한다. 좋은 기회를 만들어주신 모든 분께 감사하다는 인사를 전하며 글을 마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