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감사했습니다", 최종범 교수님 정년 퇴임 인터뷰
- 경영대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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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1-08-31
1. 경영대학 교직 생활을 마치는 소회가 궁금합니다.
모교 경영학과에서 학부생으로 대학생활을 시작하여 국내에서 직장생활도 하고, 미국, 뉴질랜드, 싱가폴의 대학에서 강의를 하다가 마지막으로 모교 경영대학의 교수로서 정년퇴임을 하게 되어 성균인으로서 감회가 남다릅니다.
대학생활이 성인으로서 사회에 첫걸음을 내딛는 준비를 하는 출발점이라고 한다면 저는 처음과 끝을 모두 모교에서 생활하며 커리어를 매듭 지은 행운아라고 할 수 있겠지요. 모교 경영학과를 졸업할 즈음 산업은행에 취직하여 금융업에 상당히 오랜 기간 종사하다가 과감히 사표를 내고 서른이 넘은 늦은 나이에 무작정 미국 뉴욕주립대학의 박사과정에 진학하는 모험을 감행하였어요.
주변에서는 산업은행이라는 안정적인 직장을 포기하고 유학을 가는 저를 정신나간 사람이라고 했지요. 직장생활을 하면서 가끔 저 자신에게 유학을 한 후 학문의 길로 들어서면 어떨까 하는 질문을 던지곤 했어요. 학문과 실무 두 갈래길을 모두 다 택할 수는 없는 것이 인생인데 혹시 나중에 후회하면 안될 것 같아서 결국 학문의 길을 택했지요.
2. 교수님께서 맡으신 연구 분야, 성과에 대해 간단하게 소개 부탁드립니다.
미국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한 후 뉴질랜드의 Auckland 대학에 부임하여 처음에는 폐쇄형 펀드에 대해 많은 연구를 했고 조세제도가 기업의 행태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어요. 국제자본시장의 통합과정에서 나타난 자본시장의 변화과정에 대해서도 연구를 했었지요. 싱가폴 국립대학에서 약 2년여 강의를 하다가 2002년 모교에 부임해서는 기업의 배당정책 및 자본조달에 대한 연구로 확장이 되었고 금융기관 경영, 파생금융상품 분석, 개인투자자와 기관투자자의 행태 등 매우 다양한 분야에서 연구를 해와서 별로 지루한 느낌이 없었으나 다양성을 추구하다 보니 특정분야에 깊이 파고들며 국제적 Top Journal에 논문을 게재하는 노력이 소홀하지 않았나 하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다행히 모교에 부임한 이후 재무분야의 세계 1위 및 2위인 최고의 학술지에 논문을 각 1편씩 게재하여 큰 보람을 느끼기도 했습니다. 외국대학에 비해 모교와 같은 국내 대학에서는 강의부담도 훨씬 많고 연구비 지원규모 및 통계자료 등의 구입에 제한이 많아 최고수준의 연구를 수행하기 어려움에도 최고수준의 국제 학술지에 논문을 게재하여 개인적으로 큰 성취감을 느꼈었지요. 그런 논문을 게재한 후 국제학술대회에 참가하여 저명한 학자들을 처음 만나 인사를 하는데 제 이름표를 보고는 저를 금방 알아보는 것이 아닌가요? 제 논문들을 읽어 저에 대해 잘 안다고 하여 Top journal 게재 논문의 위력을 실감하게 되었지요.
3. 오랜 교직 생활 중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을까요?
제자들의 결혼식에 주례를 많이 했는데 주례사에서 자녀를 많이 낳아 애국하라는 멘트를 가끔 한 덕분인지 쌍둥이를 낳은 부부도 있고 한 제자는 1남4녀를 둔 큰 가정을 이루어 애국자 역할을 잘 해내고 있어 보람을 느꼈어요. 그 제자는 직장일 하면서 5남매를 키우면서도 계속 주경야독 끝에 박사학위를 취득하고 얼마전 저에게 박사학위논문을 보내왔어요. 얼마나 대견한지 모르겠어요.
또, 수많은 학생들의 외국 유학을 위해 추천서를 많이 써주었는데 모두들 훌륭한 학문적 성과를 내고 있어요. 특히 한 학생은 미국 UC Irvine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한 후 얼마 전에 뉴욕시립대의 경영대학인 Zicklin School of Business 교수로 임용이 되었다고 연락이 와서 너무나 기뻤어요. 저의 추천서가 미국 유학의 길을 열어주었다고 고맙다고 하니 큰 보람을 느낍니다.
4. 경영대학에서 만난 제자들 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학생이 있으세요? 보람을 느낀 순간이 있다면?
대학원에서 신규과목을 강의하게 되어 강의준비를 위해 학부생 조교를 찾는 광고를 냈는데 한 학생이 찾아와 조교 일을 부탁하게 되었어요. 저는 이 학부생이 과감하게 대학원생들의 질문 등을 받고 답변도 준비하도록 훈련을 시켰지요. 학부생이 대학원생들의 학습을 돕는 튜터 역할을 하도록 했으니 이 학생은 긴장속에 어려운 학습내용을 대학원생들의 세 배 이상 공부를 해야 했지요. 이 학생에게는 이것이 일종의 quantum jump 기회가 된 것 같아요. 이것이 계기가 되었는지 이 학생은 졸업 후 금융감독원에 취직하여 매우 성실하게 커리어를 쌓고 있고, 모교 경영학과 캠퍼스 커플로 결혼하여 맞벌이를 하며 두 아이를 낳아 잘 키우는 훌륭한 가정을 꾸리고 있어 뿌듯하네요.
또 기억에 남는 한 제자는 금융회사에 다니며 주경야독으로 매우 훌륭한 수준의 박사학위논문을 썼고 저와 공저자로서 세 편의 좋은 논문을 함께 게재한 뛰어난 제자입니다. 이 학생은 경영학박사에 그치지 않고 법학박사학위까지 취득한 후 저서도 출판하고 현재는 실무계를 떠나 KAIST 경영대학 교수로 재직하고 있어요. 주경야독을 하며 엄청난 커리어 변신을 꾀한 훌륭한 제자여서 그 추진력과 성실함을 오히려 제가 배우고 싶어요.
그 밖에도 많은 우수한 박사과정 제자들이 있는데 저와 함께 공동연구자로서 수많은 논문을 게재하였지요. 저는 정말 제자 복이 많았던 것 같아 너무 감사한 마음입니다.
5. 퇴임 후 어떤 계획을 갖고 계시나요?
최근에 종종 몸이 안 좋아 고생을 한 적이 있어서 새삼 건강의 중요성을 느끼게 되었어요. 퇴임후에는 일단 휴식을 취하면서 체력을 회복하며 그 동안 못했던 취미 생활도 즐기려 합니다. 전문적인 학술논문 작업에서도 서서히 벗어나, 조금 더 일반인들을 위한 지식전파에 관심을 가지고, 혹시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이 발견되면 대중적인 책을 써보면 어떨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6. 마지막으로 성균관대 경영대학 구성원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성균관대학교 경영대학 학생들은 세계 어느 대학에 가서도 성공적인 학업 성과를 올릴 수 있는 최고의 지성인 집단입니다. 다만, 국내에서는 정량적인 시험 성적에 기반한 서열화가 지나치게 고착화되어 자칫 시험 한 번 실수하면 스스로 열등한 그룹에 속하는 수준이라고 단정하고 이에 속아서 평생 열등감을 가지고 살아가는 청년들이 많은 것 같아 너무 안타깝습니다. 성균관대학교에 입학한 구성원이라면 세계 최고 수준의 지식수준을 갖춘 지성인이라는 자신감을 가지고 무엇이든지 해낼 수 있다는 진취적이고 용감한 시도를 많이 했으면 좋겠어요.
수업을 진행하면서 느낀 점은 너무나 학생들의 질문이 적다는 점입니다. 미국에서 수업을 진행하면 학생들의 질문이 너무 많아 진도를 다 못 나가는 경우가 허다한데 국내에서는 대부분의 학생들이 수동적인 자세로 수업에 임하는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엉뚱한 질문이 학습에 큰 도움이 되는 경우가 많아요. 어리석은 또는 틀린 질문이라는 것은 존재하지 않다고 믿고 계속 질문을 던지며 확실한 학습이 되도록 노력하는 과정은 커뮤니케이션 능력도 배양시키면서 학습 효과를 증대시키는 매우 중요한 경로가 됩니다. 이해가 안되면 계속 질문을 던지며 완전한 이해가 될 때까지 파고드는 끈질긴 추구가 중요합니다.
요즘 AI 등이 중요한 미래지향적인 분야로 떠오르면서 경영대학 학부생들이 코딩 등을 학습하기 시작했습니다. 좋은 현상입니다만 코딩 능력배양만으로 미래를 이끌어가는 리더가 되는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코딩능력이 부족하더라도 큰 그림을 보며 풍부한 상상력과 호기심을 가지고 끊임없이 과감한 새로운 시도를 지속적으로 하는 사람이 더 나은 미래를 만드는 주인공이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