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 택시, 플랫폼으로 카풀에 대응해야 - 이희상 성균관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장
- 기술경영전문대학원
- 조회수164
- 2021-02-05
작년 말부터 카풀 서비스 도입을 두고 기존 택시업계와 신규 카풀 사업자 간 갈등이 매우 첨예하다. 택시기사들의 시위와 분신자살이라는 극단적인 사태의 결과, 현재는 갈등이 잠시 소강상태이지만 언제든 다시 재개될 수 있는 형국이다. 카풀 서비스는 플랫폼에 기반한 공유경제를 표방한다. 그러나 카풀, 우버, 에어비앤비 같은 플랫폼에 기반한 공유경제 비즈니스 모델이 외국과는 달리 우리나라에서는 뜨거운 감자다.
공유경제는 자원의 잉여를 효과적으로 활용하고자 한다. 카풀 서비스의 경우 자가용 소유자가 출퇴근 시간에 나 홀로 주행을 하다 보니 조수석과 뒷자리가 남아 있으니 이를 필요한 다른 사람에게 나누어 이용하자는 개념에서 출발한다. 무료로 나누어 주는 것보다는 기름값이라도 벌충할 요량으로 돈을 받기로 하지만, 돈을 받고 서비스를 제공하는 순간 카풀 서비스는 택시의 대체재가 되어 갈등을 야기한다. 우리나라 택시회사에 고용된 기사는 사납금을 내고 나면 최저임금 이상을 벌기 어려운 상황이다. 개인택시 번호판 면허에 1억원 가까이 투자하고 영업을 하는 개인택시 기사들 역시 출퇴근하는 자가용에 고객을 태워 과외로 수입을 얻는 카풀 서비스 운전자들과의 경쟁은 원천적으로 부당하다고 느낄 것이다.
플랫폼 기반의 사업은 소비자와 공급자를 효율적으로 만나게 해준다. 카풀 서비스의 경우 거리에서 택시를 기다리는 대신 스마트폰에서 방향이 맞는 카풀 차량이 가까이에 있는지 쉽게 검색하니 승객의 입장에서는 편리하다. 플랫폼 기반의 대리운전의 경우 콜센터에 전화를 걸어 호출하는 기존 대리운전에 비교해 대리기사 입장에서도 좋은 점이 있다. 즉, 콜센터에서 대리운전기사를 호출하면 빨리 답장을 주어야 다음 일정을 배정받으니 대리운전기사가 항상 콜센터 전화를 신경쓰고 호출에 일등으로 답장을 해야 했지만, 플랫폼에 내장되어 있는 알고리즘이 고객에게 가장 가까운 대리운전기사를 자동 배정해주니 공정하다고 느낀다.
카풀 서비스의 등장은 법인택시의 사업자와 기사, 개인택시 등 택시업계 참여자 모두에게 생계가 걸린 문제이다. 따라서 카풀 서비스 같은 공유경제 사업자는 자원의 잉여를 효율적으로 활용하고자 하는 본래의 사업의지를 왜곡시킬 정도의 과도한 욕심을 버려야 할 것이다. 사실 카풀 서비스의 경우 자동차를 소유하지 않고 기사를 고용하지 않고 번호판 비용도 지출하지 않은 채, 스마트폰에 앱을 깔아 단지 공유할 차량과 이용할 승객을 중개할 뿐인데 막대한 이익을 차지하고자 하는 것은 공유경제의 가치에 어울리지 않는다.
우리나라의 공유경제 비즈니스 모델이 공략해야 할 시장은 카풀, 우버, 에어비앤비보다는 이해당사자와의 충돌이 최소화되면서도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블루오션 시장이다. 현재 효율적으로 사용하지 못하고 창고나 벽장 속에 있는 아기용품, 옷, 운동기구, 장난감, 책, 전기용품 같은 잉여물품의 공유는 물론 재능이나 투자를 공유하는 공유경제 모델이 우리나라는 아직 활성화되지 못한 실정이다. 우버의 경우 택시 공급이 부족하였던 샌프란시스코, 로스앤젤리스, 인도, 중국 등에서 사업이 잘 되었었다. 카풀 서비스의 원조인 블라블라카의 경우도 기차나 고속버스보다 저렴한 여행을 하려는 장거리 고객을 대상으로 특화하였다. 따라서 운송 관련 공유경제 서비스도 우리나라 실정에 적합하도록 목표시장을 좀 더 정교하게 설정해야 할 것이다.
승객 입장에서는 카풀 서비스든 택시든 목적지까지 편리하고 저렴하게 이동하면 되니 카풀 서비스 같은 운송 관련 공유경제 서비스의 진입 자체를 끝까지 저지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장기적으로는 자율주행으로 운전사가 필요 없는 택시도 등장할 것이니 택시사업의 대대적인 혁신이 지금 필요하다. 사납금 제도나 실제 근무시간과 관계없이 정해진 근로시간에 대해서만 임금을 받는 소정근로시간 제도 등은 마땅히 개선해야 한다. 택시사업을 플랫폼 기술로 보완하는 것 역시 시급한 일이다. 정부나 정치권도 공유경제 서비스의 연착륙을 위해 조정과 합의 도출의 역할을 적극적으로 수행해야 할 것이다. 현재와 같이 카풀을 금지하는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개정안과 공유경제를 활성화시키는 관련 법안이 동시에 국회에 올라 있는 상황으로는 공유경제 활성화도, 자영업자 이익 보호도 모두 어렵다.
출처 : http://www.dt.co.kr/contents.html?article_no=2019012202102369660001&ref=nav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