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 남북경협, ICT분야가 先導해야 한다 - 이희상 성균관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장
- 기술경영전문대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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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1-02-05
북미정상회담 날짜가 다가오고 있다. 이번 회담의 결과로 핵무기와 미사일 등으로 초래된 한반도의 긴장이 해소되고 더 나아가 북미수교, 정전협정, 평화협정 등 보다 본질적인 평화와 화해의 시대가 도래할지 여부가 주목된다. 한반도의 긴장완화와 화해협력을 더욱 공고히 하기 위해서는 정치적·외교적 노력과 더불어 경제적 협력 노력이 뒤따라야 할 것이다. 이미 우리 정부와 민간은 여건만 갖추어지면 금강산 관광 재개, 개성공단 재가동 등과 함께 한반도 X축 교통망, 대륙철도 연결 등의 교통 인프라 건설사업이나 전력, 임업, 보건 등의 지원사업도 계획하고 있는 상황이다.
필자는 북한에 교통망, 전력 등의 물리적 인프라 구축 이상으로 정보통신 인프라를 확충하고 정보통신산업의 협력을 강화하는 것이 남북한 화해와 협력에 필요하고 효과적이라고 판단한다. 이렇게 생각하는 첫 번째 이유는 북한은 정보통신을 중요한 성장전략으로 쓰고자 하고 있고 이미 상당한 기반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정보통신산업진흥원에 따르면 북한의 휴대폰 가입자 수는 2017년 6월 기준 474만명에 이르렀고 이 중 40%가 (글로벌 인터넷 접속은 안되지만) 스마트폰 사용자로 추정된다. 북한은 제4차산업혁명시대의 북한식 표현인 '지식경제시대'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고급 ICT 인력이 필요하다고 판단하고 소프트웨어 중심의 고급 인력을 10만명 정도 양성했다고 알려져있다. 물론 이들 인력이 인터넷, 빅데이터, 게임 등 자본주의적인 사업환경에는 익숙하지 않지만 남북한이 적절한 역할분담을 한다면 단순한 임가공 중심의 개성공단과는 차원이 다른 고부가가치의 남북협력이 가능할 것이다.
두 번째 이유는 정보통신은 다른 어떤 산업보다 더 빠르고 크게 남북한 양쪽 경제에 도움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가 베트남에 수출한 액수는 2018년도 486억달러에 이르러 베트남이 중국, 미국 다음의 3대 수출국이 되었다. 이는 삼성전자 등 우리나라의 정보통신 기업들이 베트남에 적극적으로 자회사나 관련 기업을 설립·육성하여 부품과 소재를 수출하고 근면한 베트남의 인력들이 완제품으로 조립하여 전 세계로 수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편 인도는 미국의 소프트웨어 회사에서 일감을 받아다가 자국의 훌륭한 정보통신 인력을 활용한 소프트웨어 제작, 시스템 통합 등의 계약 생산으로 세계 2위의 소프트웨어/IT서비스 국가로 성장하였다. 남북한이 정보통신 제조업이나 서비스 산업에서 갖고 있는 협력 여건은 베트남이나 인도와의 여건 이상으로 발전 가능하다. 이미 우리나라는 현재 세계 100개 국가에 수출해 브랜드 누적 매출액이 1조원 정도나 되는 대박 애니메이션 뽀로로를 남북협력을 통해 제작한 경험이 있지 않은가?
세 번째 이유는 정보통신은 철도, 도로, 전력, 상하수도 등 물리적 인프라 이상으로 북한 주민들의 삶의 방식이나 문화에 전면적으로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남북한의 정서, 문화의 분단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남북한 상호 간의 활발한 소통이 필요하지만, 75년이라는 분단 세월 때문에 직접 만남이나 편지만으로는 이것이 가능할 것 같지는 않다. 북한에서 SNS, 유튜브, TV 등 다양한 정보통신 매체를 통한 소통이 중국이나 베트남 같은 체제전환국가 수준으로라도 작동 가능해지는 시점이 되어야만 남북한 주민들의 삶의 방식과 생각의 차이도 서서히 극복 가능할 것이다.
정보통신을 기반으로 하는 남북한 교류와 협력이 1, 2년 사이 활짝 꽃필 것 같지는 않다. 어쩌면 몇십년의 끊임없는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하지만 지난 1년간의 한반도 상황의 급변을 보면 그래도 역사는 대립과 갈등에서 화해와 협력으로 물줄기를 바꾸고 있다고 믿어지고, 우리나라를 민주화, 부국화하는데 크게 기여한 정보통신이 이와 같은 역사의 전환에 도움이 되어야 하는 것은 필연이라고 믿는다.
출처 : http://www.dt.co.kr/contents.html?article_no=2019022102102369061001&ref=nav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