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경제] 너무 많은걸 결정하는 ESG점수
- SKKGS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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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2-08-04
SKK GSB 영주 닐슨 교수 컬럼 매일경제 (2022.07.26일자)
잘나가다가 갑자기 루저처럼 보이기 시작한 한 가지가 바로 ESG(Environment, Social, Governance)가 아닐까. 독일 자산운용사 DWS의 그린워싱 스캔들에서 시작해 올해 5월 ESG 평가회사인 S&P가 테슬라를 ESG 인덱스에서 뺀 후 일론 머스크가 트위터에 "ESG는 사기다. 가짜 정의 투사들에 의해 무기화됐다"는 메시지를 남기면서 문제가 커졌다. 머스크가 남긴 트윗을 기점으로 ESG를 탓하는 많은 시리즈물이 포스팅되기도 했다. 또한 벤치마크 대비 좋지 않은 ESG 펀드의 수익률 역시 이런 상황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았다.
그렇다면 ESG는 머스크의 표현대로 사기일까. 일단 'ESG를 열심히 하고 있는 기업에 투자하면 수익률을 높인다'가 참인지 거짓인지 생각하지 말고, ESG의 본질에 대해 생각해보자. 기업의 ESG 실행이 굉장히 바람직한 일이고, 앞으로 세상이 당연하게 여겨야 한다는 데 동의하지 않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최근 불거진 문제는 이를 어떻게 평가하느냐, 즉 어떻게 점수를 주느냐이다. 결국 점수와 랭킹에 따라 너무나 많은 것이 결정되기 때문이다.
ESG는 신용평가회사나 기관에서 신용등급을 주듯이 ESG 평가회사가 여러 항목에 점수를 주고 이를 합쳐서 ESG 점수를 낸다. ESG 점수는 가장 먼저 ESG 펀드를 만들어 파는 투자회사에서 해당 점수를 바탕으로 투자할 회사를 골라 투자하는 데 이용된다. 두 번째 용도는 ESG 점수가 높은 회사의 홍보 수단이 아닐까 싶다.
그럼 어떤 항목이 점수에 영향을 주는지 예를 들어보자. 이사회에 대한 항목은 모든 평가회사가 지배구조 점수를 주는 데 포함하고 있다. 이사회에 대한 항목 중 여성 이사 비율은 자주 등장한다. 그럼 4명 중 2명이 여성 이사라 50% 비율을 유지하는 회사가, 8명 중 3명이 여성 이사인 회사보다 좋은 지배구조를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을까. 해당 항목이 있었다면 전자의 회사가 더 좋은 점수를 받을 확률이 크다. 한 단계 더 나가면 해당 항목이 전체 점수에서 차지하는 비중 역시 다를 수 있다.
다른 사례도 한번 살펴보자. 비즈니스위크는 2021년 12월 기사에서 맥도널드의 ESG 점수를 언급했다. 맥도널드의 2019년 온실가스 배출은 포르투갈 또는 헝가리보다 많았고, 지난 4년에 비해 7% 늘었는데도 ESG 순위가 올라갔다. 이에 해당 평가기관은 평가 항목에서 탄소배출량을 뺐기 때문이며, 탄소배출량이 이 회사에 리스크가 되거나 또는 회사 존립 자체에 영향을 주는 요소가 아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제대로 설명되지 않은 많은 사건은 ESG 평가 방법에서 나온다. 이에 미국과 유럽 규제당국에서는 해결을 위한 여러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유럽증권시장청(ESMA)은 올해 ESG 평가 방법과 순위를 매기는 방법에 대해 조사를 시작했고, 이에 대해 파이낸셜타임스(FT)는 7월에 피드백을 기사화했다.
첫 피드백은 평가 방법과 데이터에 대한 투명함과 오류 수정, 피드백의 타이밍 등에 문제가 있을 수 있고, 규제를 만들어야 할지에 대한 지속적인 모니터링을 하겠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많은 평가기관은 ESG 평가 점수 자체가 자신들이 사용한 평가 항목을 잘 이해하고, 어떻게 점수가 나왔는지 안 상태에서 사용료를 내고 있는 기관, 전문가를 위한 기준이라고 설명한다. 사실 ESG 평가 방법 자체가 비즈니스 소스인데, 이를 정확히 다 규제한다는 발상 자체는 무리일 수 있다.
결국은 신용등급 평가만큼의 감시가 이뤄지지 않을까 싶다. 현재 상태에서 가장 큰 문제는 ESG 점수와 순위를 마치 절대적인 기준처럼 언론을 통해 대중과 커뮤니케이션하는 회사들이다. ESG 점수와 순위가 나온 방법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없는 일반 소비자들의 보호가 필요한 부분이다.
원문보기: https://www.mk.co.kr/opinion/contributors/view/2022/07/655174/